강 씨 퇴사 후에도 고객 대응 자료 넘겨줘… “사수 요청 외면 못했다”


경동나비엔의 경쟁사 영업비밀 유출 의혹 재판이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경동나비엔 점포 간판ⓒ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경동나비엔의 경쟁사 영업비밀 유출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 모 대유위니아 품질관리팀 사원이 “사수 강 모 씨 지시를 받고 회사 ERP 시스템에 있던 도면을 외장하드로 복사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심리하기 위한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는 대유위니아를 다니다 경동나비엔으로 옮긴 연구원 강 모 씨와 김 모 씨, (주)경동나비엔이다.

강 씨는 대유위니아를 퇴사하면서 둘레바람 에어컨과 딤채 김치냉장고 설계도면 등 핵심 기술 자료를 외장하드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으로 유출한 후 경동나비엔에 가져간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의 혐의도 강 씨와 비슷하다. 검찰은 김 씨가 대유위니아와 부품업체 SCD가 함께 연구·개발한 모터 자료를 경동나비엔 직원들과 공유하는 등 영업비밀을 탈취했다고 판단했다. 경동나비엔은 관리 소홀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오전 재판에선 정 모 사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그는 대유위니아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강 씨와 사수, 부사수 관계를 맺으며 한솥밥을 먹은 인물이다.

정 모 사원은 “품질관리팀 구성원 중 강 씨만 외장하드를 사용했다. 외장하드를 가져온 시기는 퇴사 한 달 전인 지난해 5월”이라며 “자료 백업을 위해 외장하드를 쓴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 외부 저장장치를 이용하지 말라고 이메일을 보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정 모 사원은 강 씨 지시로 외장하드에 도면을 복사했지만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도면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ERP 시스템에서 가장 최근의 부품 고장과 개선 등을 반영한 자료를 받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정 모 사원은 “(강 씨가 갖고 간) 냉장고 콘덴서(응축기) 등은 회사가 돈을 들여 만든 부품”이라며 “샘플 등에 활용된다”고 했다.

덧붙여 정 모 사원은 강 씨가 퇴사 후에도 자신에게 고객 불만 대응 자료 등을 요청해 보내줬다고 했다. 그는 “정보 유출을 금하는 회사 내규를 어긴 행위여서 징계를 받았다”며 “사수였던 분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피고 대리인은 정 모 사원에게 “지난해 1~3월 뚜껑형 김치냉장고 도어(문)에 이상이 생겨 수십장에 달하는 도면이 필요했다. 강 씨는 매번 ERP 시스템에 접속하는 시간 낭비를 해결하려고 도면을 다운받았다”며 “이를 알고 있었나”고 물었다. 정 모 사원은 “모른다”고 했다.

이어 피고 대리인은 “강 씨의 외장하드를 품질관리팀장이나 다른 팀원들이 알지 않았나”고 질의했다. 정 모 사원은 “다들 알았다”며 “(강 씨가) 백업용이라 해서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피고 대리인은 “콘덴서는 대유위니아 소유가 아니라 협력업체에서 받은 거라고 한다. 고장까지 났는데 대유위니아에 필요한가”고 했다. 정 모 사원은 “협력업체에서 만든 건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고장 난 콘덴서라도 사유를 밝히려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피고 대리인은 “강 씨가 가져간 자료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생겼나”며 “돌려달라고 요구한 적은 있나”고 했다. 정 모 사원은 “어떤 서류가 빠져나갔는지 몰라 일에 차질이 생겨도 원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며 “반환 청구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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