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란? 투자유치국 정부가 투자협정을 위배하여 외국인투자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외국인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국민들에게 생소했던 이 용어가 이제는 퀴즈쇼 1단계에 나올 정도의 상식적 단어가 되어버렸다. ISD로 말미암아 미국 투자가들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마구잡이 소송을 할 것이고, 소송의 재판부는 미국편이어서 우리 정부는 소송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들이 매일 확대 재생산되어 인터넷과 SNS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건 마치 야구 시합을 하기도 전에 심판을 믿지 못하겠으니 시합에 임할 수 없다는 자세와 다를 바 없다.

투자와 투자협정 현황

ISD는 해외투자와 관련된 정책이다. 즉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뿐만 아니라 외국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기업을 보호하는 투자자보호정책이다. 일방적 정책이 아닌 쌍방적 정책인 것이다. ISD 체결로 어느 나라의 기업이 더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지는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간단한 통계를 통해 유추해 보자.

금년 상반기까지 우리나라의 해외투자건수는 10만 건이 넘으며 액수로는 약 2,70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외국인의 우리나라 투자는 약 6만 건, 1,800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면 문제의 초점이 되고 있는 한국과 미국간의 투자현황은 어떤가? 동기간까지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는 126억 달러(611건), 미국 기업의 대한국 투자는 11억 달러(145건)이다. 우리나라의 투자규모가 미국보다 10배가 넘는데, 어떻게 ISD로 인하여 우리나라에게만 일방적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그 논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대세계의 투자현황을 통해서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우리나라 기업의 대세계 투자규모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투자규모를 압도한다. 수천억 달러의 투자가 해당국의 불합리한 조치로 물거품이 되면 우리나라에 어떤 타격을 입힐지 생각해보라. ISD가 도입된다면 득을 볼 가능성이 큰 국가는 우리나라인 것이다. 특히 한국, 미국과 같은 선진권 경제는 개도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법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나라이다. 짐작컨대 선진권 국가간의 투자협정상에 나타나는 ISD는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보험적 성격의 조항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당하다.

ISD의 득과 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정책적 도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 FTA 또는 투자협정내의 ISD조항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85건의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그 중에서 81개국과의 협정에서 ISD를 채택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협정 체결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조항 하나가 왜 갑자기 한-미 FTA에서는 문제가 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제발 “그 때는 ISD에 대해서 몰랐다”라는 무책임한 발언은 삼가했으면 한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법집행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다면 ISD조항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반대로 우리나라 정부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불공정한 정책을 펼쳐 그들에게 재산상의 불이익을 준다면 피소를 당해야 마탕하다. 우리나라 투자자는 해외에서 보호받기를 원하면서 외국 투자자는 우리나라에서 보호를 받으면 안 되는가? 정책이란 무릇 형평성을 잃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외국투자자들이 정당하게 보호받지 못한다면 당연히 그 정책은 수정되어져야 한다. 법은 만인에 평등하게 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국인에게만 유리한 법 집행을 한다면 그 어느 누구도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서 ISD가 발효되면 부동산값이 들썩거리고 의료비, 약값 등이 폭등할 것이라고 한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ISD와 무관한 사안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다가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문을 보면 공공정책은 ISD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구잡이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 마치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우리 국민 모두가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고 선전했던 과거의 외침과 다를 바가 없다.

일각에선 한-EU FTA에서는 왜 ISD조항을 삽입하지 않았는데 한-미 FTA에서는 채택을 하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EU집행부는 ISD를 FTA 협정문내에 채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왜냐하면, ISD관련 협정은 EU회원국이 상대국가와의 개별 투자협정을 통하여 자국의 투자자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한-EU 협정문에 ISD조항이 없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우리나라는 EU 27개 회원국 22개국과 이미 ISD를 체결하였다.

나무 한 그루만 쳐다보지 말고 숲을 보라

한-미 FTA를 반대하던 정당, 단체들이 이제는 길거리에서 ‘ISD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단언컨대, 만약에 ISD조항을 삭제하면 또 다른 반대거리를 찾아낼 것이다.

지금까지의 한-미 FTA 협상의 대내협의 과정을 살펴보면 협상결과를 통한 긍정적 효과의 극대화, 부정적 효과를 대비한 대책마련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한-미 FTA를 악용하는 듯하다. 제발 앞으로 다가올 총선, 대선 등의 정치일정에 기반한 정당의 이익 혹은 본인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한 도구로 삼지 말고 국가를 위해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맞는지 판단하길 바란다.

ISD는 투자환경을 개선시켜 외국인투자를 확대시켜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이 마음 놓고 외국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임을 명심하자. 더 나아가 논의의 초점이 ISD가 아니라 한-미 FTA 전체 그림을 다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기업들의 수출을 도와줄 것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사전적으로 ISD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외국인을 차별하는 정책을 쓴다면 독이 될 것이고,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공정한 룰을 집행하여 나간다면 우리 경제 성장을 돕는 약이 될 것이다.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경제연구원(www.keri.org)에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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