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우리 문화재 이해하기] 한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사례들

[논객칼럼=김희태] 강의나 탐방을 하다보면 종종 한자 때문에 해석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예전 문화재 관련 강의를 하다가 수강생의 질문을 받았는데, 무덤을 표시할 때 쓰는 묘 말고, 사당에서 쓰는 묘와 차이가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묘라고 하면 무덤 ‘묘(墓)’를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종묘(宗廟)’나 ‘문묘(文廟)’처럼 사당 ‘묘(廟)’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묘라도 한자에 따라 무덤이냐 사당이냐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자리한 심온 선생의 묘(墓) Ⓒ김희태
남양향교의 대성전(大成殿), 흔히 ‘문묘(文廟)’라 부른다. Ⓒ김희태

따라서 한글로만 봐서는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경우 병기된 한자를 같이 봐야지 문화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탐방을 다니다 보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초기에 글을 쓸 때는 한자를 오독해 전혀 다른 의미의 해석을 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 문화재를 이해하는데 있어 함께 병기된 한자의 해석 역시 함께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 태봉(胎封)과 태봉(胎峰)의 차이는?

한번은 가평에 있는 ‘중종대왕 태봉’을 간 적이 있다. 처음 중종대왕 태봉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봉우리 ‘봉(峰)’으로 생각해서 종종의 태실이 묻힌 봉우리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본 안내문에는 봉우리 ‘봉(峰)’이 아닌 봉할 ‘봉(封)’으로 되어 있어 의아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 날 성주 세종대왕자태실을 방문했을 때 태실이 있는 곳을 태봉이라 불렀는데, 여기서는 봉우리 봉(峰)을 썼기 때문이다. 보통 ‘태(胎)’를 묻은 곳을 ‘태실(胎室)’이라고 하지 태봉으로 부르는 사례는 많지가 않기에 막연히 한글로만 접했을 때는 잘못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종대왕 태봉(胎封)의 전경 Ⓒ김희태
성주 세종대왕자태실, 태실이 있는 곳을 태봉(胎峰)이라 부르고 있다. Ⓒ김희태

그럼 ‘중종대왕 태봉’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한자를 보면 봉할 ‘봉(封)’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왕의 자녀라면 누구나 태실을 조성하지만, 이 가운데 훗날 왕이 될 세자나 원손 등의 태실은 특별히 만들 때부터 왕이 되었을 때 가설할 것을 염두에 두고 조성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왕위에 오르면 가봉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데, ‘태실가봉(胎室加封)’이라 한다. 이때 추가로 석물과 태실비 등이 세워지고, 이렇게 봉해진 태실을 태봉이라 부르는 것이다. 한 글자 차이임에도 해석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되는 것이다. 태봉(胎封)과 태봉(胎峰)이 모두 태실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지만, 어떤 봉을 쓰느냐에 따라 여기에 담긴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다.

■ 묘비(墓碑)? 묘갈(墓碣)? 헷갈리는 비석의 이름

문화재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부분 중 묘가 있다. 그런데 묘라고 다 같은 형태의 묘가 아니다. 어떤 묘는 아무 석물도 없는 민묘인 반면, 화려한 석물과 비석이 세워진 사례도 있다. 그런데 안내문을 보면 어떤 것은 ‘묘비(墓碑)’라고 하고, 어떤 건 ‘묘갈(墓碣)’이라고도 하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떤 의미인지 알기가 어렵다. 보통 묘비라고 하면 피장자의 신분과 행적을 새긴 비석을 말한다.

광해군묘의 묘비(墓碑) Ⓒ김희태
수원시 영통구 하동에 위치한 정유 선생 묘의 묘갈(墓碣) Ⓒ김희태

따라서 이런 정의에서 보자면 묘비나 묘갈은 같은 의미로, 한자 자체로는 큰 차이를 찾기가 어렵다. 다만 형태상의 구분으로 묘갈을 둥그스름한 형태이며, 묘비는 직사각형의 형태에, 받침돌인 귀부(龜趺, 받침석)과 글씨를 새긴 비신이 있고, 머리 부분인 이수(=가첨석)가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즉 형태상의 차이라는 말로 이에 따라 묘비에 글을 새겨져 있으면 묘비명이 되고, 묘갈에 글이 새겨져 있으면 묘갈명이 된다는 점도 함께 주목해보면 좋다.

■ 안내문의 재발견, 보는 사람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고민해보자!

한때 조선왕릉에 대한 답사를 다니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던 것 중 능호(陵號)가 있었다. 능호란 역대 왕들이 묻힌 능의 이름을 말하는데, 왕릉 가운데 같은 이름의 능이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으로 장릉과 영릉을 들 수 있는데, 단순히 한글로만 왕릉을 이해할 경우 다른 왕릉으로 오인할 수가 있다.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의 영릉(英陵) Ⓒ김희태
효종과 인선왕후 장씨의 영릉(寧陵) Ⓒ김희태

가령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의 영릉(英陵)과 효종과 인선왕후 장씨의 영릉(寧陵)은 같은 곳에 있지만 능호의 의미는 다르기에 이들 왕릉을 볼 때는 병기된 한자도 함께 봐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왕릉의 공식 표기에 ▲ 파주 장릉(長陵) ▲ 김포 장릉(章陵) ▲ 영월 장릉(莊陵)처럼 지역명이 앞에 붙어 있으며, 그리고 최근에는 정릉(태조비 신덕왕후)처럼 능과 피장자를 함께 병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성 신빈김씨묘역의 안내문, 안내문의 설명 아래 묘나 석물에 관한 설명한 부분이 눈에 띈다. 아쉬운 점이라면 묘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능, 원, 묘에 대한 구분과 신빈이 어떤 의미인지, 내명부의 품계와 석물에 관한 내용을 함께 병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희태

한편 탐방을 다니다 보면 아쉬운 점이 안내문에 대한 부분이다. 문화재를 설명하는 방법이 학술적인 언어로 쓰여 있다 보니,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어떤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위의 사례처럼 해당 안내문에 ▲ 무덤 묘와 사당 묘 ▲ 태봉과 태봉 ▲ 묘비와 묘갈에 대한 차이를 알려주고, 초등학생도 이해할 정도의 쉬운 용어로 안내문을 작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안내문의 역할, 한번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김희태

 이야기가 있는 역사 문화연구소장

 이야기가 있는 역사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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