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한나라당 쇄신파 25명이 이명박 대통령에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연판장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들은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쇄신을 요구했다. 그 내용에 허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메아리가 울리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역시 메아리는 거의 없는 듯하다. 아닌 있긴 있는 듯하다. 그런데 듣기 거북한 메아리이다.
이 대통령 자신은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지 않는 데 대답”이라며 선문답만 했다. 대통령이 굳이 그런 일부 의원의 행동에 말로 대답할 필요는 없다. 대신 구체적인 행동과 조치가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를테면 서울경찰청장에 세칭 ‘영포라인’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를 앉힌 것이다. 새로 임명된 이강덕 청장은 조현오 현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벌써부터 물망에 오른다. 아마도 이 대통령은 퇴임 후까지 생각해서 그를 지목했을 것 같다.
  
         남은 재임 기간 회전문 측근 인사를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고 인사권한을
         청와대가 독점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법률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쇄신파 25명의 공개서한에서 이 대통령의 인사문제를 지적한 대목이다. 그렇지만 이번 서울경찰청장 인사를 보면 쇄신파의 이런 지적은 스쳐가는 바람일 뿐이다. 그러니 쇄신파 사람들에게 남은 임기동안 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기대를 아예 버리라고 권고하고 싶기도 하다. 기대를 갖고 있으면, 어긋날 때마다 우울해지기만 할 테니까.
9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뜻밖의 모습이 연출됐다. 애초 의원총회가 열린 목적은 당 쇄신을 논의한다는 것이었지만, 의원들의 발언이 시작되자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이 대통령을 엄호하는 의원들의 발언이 잇따랐다.
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거부하고 `747공약'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상당수는 `이명박 바람'에 당선된 거 아니냐”고 쇄신파를 몰아부쳤다. 또다른 의원은 “대통령에게 삿대질하고 책임을 물어서는 문제 해결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쇄신의총인지 엄호의총인지 알 수가 없게 돼 버린 것이다. 10/26선거 결과가 무승부라고 한 홍준표 대표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어쨌든 처음에 공언했던 쇄신의총이라는 것은 실종되고 말았다.
그러자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과 정책위부의장 김성식·정태근 의원 등 핵심 3인방은 당직을 내던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참으로 현재 이명박 정부의 주도세력과 그밖의 사람들 사이에는 참으로 높은 벽이 가로놓여 있는 듯하다. 그 벽은 쉽사리 무어지거나 오르기도 어려운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한 마디가 생각난다.
                          "담벼락은 높고 오르기는 어려워요.“
한나라당의 장제원 의원 등이 발의했다고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일단 판단을 유보하할 작정이다. 개정안에 "기간통신사업자는 불법적인 통신 등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를 위해 인터넷 접속 역무 제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다는 점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제한하려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안 발의자인 장 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향후 추이를 좀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비판이 사실일 경우 이는 또 하나의 담벼락을 쌓을 뿐임을 미리 지적해 두고자 한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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