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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끝났습니다[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신명관 | 승인 2019.04.11 10:24

“네가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장기하 - 별일 없이 산다

3년간의 우울증이 끝났다. 16,17,18년도를 갉아먹었으니 길고도 길었다. 내가 요즘 행복하게 산다고 하면 다들 말한다. “니가 조교가 끝나서 그래.”

그렇게 말하는 이유야 알고 있다. 나는 학사조교를 하는 1년 동안 정말로 힘들어했으니까. 학기 초에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벌어졌던 해프닝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일이 벌어지자 “그럼 진즉에 처신을 잘했어야죠”라며 내게 따지던 여직원, 별 짓도 하지 않았는데 날 더러 섭섭하고 빈정상한다고 말하던 사람들과, 분명 정보전달을 해놓았는데도 계속 똑같은 질문을 하는 몇몇의 학과생들이 있었으니까. 나열해놓고 나니까 열 받는다(웃음)

그래서 조교로서의 능력을 인정해줬던 교수님들과, 날 더러 1년만 더 해달라고 했었던 후배들이 있었음에도 나는 예민하게 살았다. 생각보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녹음부터 했고, 상대방에게 무슨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지레 겁먹는 질 나쁜 버릇마저 만들어졌다. 극심한 감정기복에 최근 1년 동안 다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금이라도 내 우울증과 조증, 변덕에 상처받았던 사람들에게 전한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픽사베이

하지만 나는 내가 조교를 끝내서 우울증이 사라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19년도 2월 말까지 난 우울했어야 하니까. 그러나 그 전에도 나는 행복해지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2018년 12월 6일 저녁 9시 반부터 나의 행복 게이지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내가 예전에 쓴 글을 우연히 봤을 뿐이었다.

예전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씩 칼럼을 내보겠다고 열심히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땐 잘 되지 않아서 저장만 해두고 꺼내놓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웬걸. 내가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었나 싶었다.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었던가. 벼락치기를 하면서 썼었던 글이 이 정도의 퀄리티라니. 글의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작성한 시간을 보자 17년 겨울이었다. 학과사무실에서 자화자찬을 하기 시작했다. 내 상태를 본 친구 몇몇이 많이 아프냐고 물어봤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3년간 나를 스스로 칭찬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우울증이란 조금만 더 풀어서 말한다면 ‘난 앞으로도 행복해질 수 없어’ 라는 감정에 틈만 나면 매몰되는 증상이었다. 좋던 나쁘던 나의 일부분이라서 ‘병’이라고 부르기는 슬프고, 그렇다고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골이 너무나 깊어 옆 사람에게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 무서운 감정이다. 내게 나타난 추가적인 증상은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의지할 데를 계속해서 찾는 거였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으니 남을 사랑함으로서 어느 정도의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 양상이다. 다만 오래 가지 못했다. 인간의 원초적인 외로움은 해결될 수 없으며, 나라는 존재가 상대방에 의해서 흔들린다는 걸 자각한 순간부터 다른 괴로움에 빠지게 되어버리니까.

실상 자존감이 넘치던 때의 나와 우울증을 앓고 있던 나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자존감이 있을 땐 ‘극복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몇 개의 단점들이 우울해지면 앞으로도 평생 동안 나를 괴롭히게 될 것만 같은 트라우마로 변질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라는 사람에게 스스로 만족하지 않기 시작했다. 지금 굳이 우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울하니까 나중에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는 나의 과거를 세세하게 되짚음으로써,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없이 칭찬함으로써 괜찮아졌다. 분명 일자리를 잃은 취준생의 입장이 되었는데도 그리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혹여 불행한 상황인 들, 행복은 내가 만들면 되는 거니까 그리 상관 없겠지-라는 슈퍼 마인드다. 지금도 가끔씩 밤이 깊어지면 내 스스로 어떤 부정적인 감성에 젖어버릴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금방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잘 될 거니까. 겁나 잘 될 거니까.

우울증이란 완치되지 않는다고 하고, 나는 그 말을 이해한다. 밝은 표정을 짓지만 우울함이랑 부대껴서 잠자리를 청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안다. 나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니가 뭘알아!’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의 우울함을 우울한 그대로 두라고. 어차피 나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는 행복해질 일이 없을 테니까. 다만 그대로 두되, 스스로를 칭찬해주라고. 그게 과거의 자신이던, 현재의 자신이던, 혹은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논객닷컴=신명관] 

 신명관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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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관  silb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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