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훈 회장과 우연히 만났고 선거 얘기 안해” VS “도와달란 말 들어”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피고로 하는 재판이 지난 12일 광주지법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지난해 취임식을 치르고 있는 박차훈 회장ⓒ새마을금고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재판에서 증언이 엇갈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2단독 이차웅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박차훈 회장이 법정에 나왔다. 증인으론 김성경 광주 월산 새마을금고 이사장, 나일훈 전남 나주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임동근 전남 영광군 염산면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출석했다.

검찰에 의하면 지난해 2월 당선된 박차훈 회장은 선거 전 대의원 93명 등 회원 111명에게 1546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과 골프장 이용권 등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성경 이사장, 나일훈 이사장, 임동근 이사장은 모두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한 대의원이다. 이들은 선거 전인 2017년 9월 12일 박차훈 회장(당시 동울산 새마을금고 이사장)과 최천만 인천 부평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광주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노래방도 갔다. 최천만 이사장은 박차훈 회장을 도운 인물로 알려졌다.

첫 번째 증인 김성경 이사장은 검찰과 조서 인정 여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그는 “제가 몸이 좋지 않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자신이 사인한 조서를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성경 이사장은 실랑이 끝에 “다 읽지는 못했지만 서명은 했다”고 했다.

김성경 이사장은 “박차훈 회장과 인연이 없다”면서도 “최천만 이사장과 친분이 두텁다”고 했다. 그는 “2017년 9월 12일 회합은 제가 마련했다. 그날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임동근 이사장 생일이었다”며 “최천만 이사장이 광주에 있다 해서 참석하라고 했으나 박차훈 회장까지 올진 몰랐다”고 했다.

검찰은 김성경 이사장이 모임 전후 박차훈 회장, 최천만 이사장과 통화한 내역을 제시하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위한 자리 아니었냐고 따졌다. 김성경 이사장은 “그런 부탁을 받은 적 없다”며 “(박차훈 회장과) 우연히 만났다”고 했다. 선거 얘기도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김성경 이사장이 2017년 추석 때 박차훈 회장으로부터 받은 과일 세트 송장을 제시했다. 검찰은 “송장 명의는 최천만 이사장이나 박차훈 회장이 자기가 보냈다고 했다”고 했다.

김성경 이사장은 처음엔 박차훈 회장으로부터 어떤 선물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계속 추궁하자 “명절에 선물을 많이 주고받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과일 세트 정도는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

두 번째 증인 나일훈 이사장은 김성경 이사장과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2017년 9월 12일 모임에서 박차훈 회장이 제게 도와달라고 했다”며 “박차훈 회장과 최천만 이사장이 광주에 온 이유는 선거운동 때문이라고 본다”고 했다.

더불어 나일훈 이사장은 박차훈 회장이 협조를 구하는 전화를 3~4회 했다고 했다. 자신에게 고가의 그릇, 포크 세트를 추석 선물로 보냈다고도 했다.

피고 측은 “증인은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 후 박차훈 회장을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고발했다”며 “그릇, 포크 세트 선물이 법을 어기는 행위라고 여겼다면 바로 돌려보내야 하지 않나. 왜 사진을 찍어둔 채 묵혀뒀다가 고발 자료로 썼나”고 지적했다.

나일훈 이사장은 “선거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박차훈 회장은 나주 새마을금고가 안고 있는 부채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박차훈 회장을 고발하려 하진 않았다. 그릇, 포크 세트 사진만 보관한 건 나중에 있을지 모를 선관위 처벌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세 번째 증인 임동근 이사장은 김성경 이사장과 비슷한 태도였다. 그는 단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했을 뿐 박차훈 회장을 돕자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박차훈 회장, 최천만 이사장이 누군지 몰랐다고도 했다.

검찰은 “자기 생일에 일면식 없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데 누군지 안 물어봤나”고 했다. 임동근 이사장은 “제가 그때 테이블 구석 끝에 앉았다”며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2017년 9월 12일 오전에 증인과 박차훈 회장 간 통화 기록이 있다”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전화를 했나”고 했다. 임동근 이사장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천만 이사장 명의로 보내진 추석 선물(과일 세트)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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