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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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고속도로를 달리다 휴게소에 멈췄다. 음식을 보는 순간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가격표가 눈에 거슬렸지만 다시금 가지런히 놓여있는 녀석들에게 집중했다. 떡과 햄을 감싸고 심지어 새우까지 곱게 안은 모습이 앙증맞다. 누군가는 생선 살 찌꺼기로 만든 저급한 식품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생선이 진화한 모습이다. 축복받은 환생이랄까.

어린시절 어머니는 어묵볶음을 종종 해주셨다. 고추까지 썰어 넣은 매콤한 어묵은 내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요 녀석 하나면 밥 한 공기는 뚝딱. 입 속에서 야들거리는 어묵을 내 뜻대로 지배할 수 있었다. 반만 잘라서 삼키거나 갈기갈기 찢어질 때까지 씹어서 죽을 만들어 입 안에 머물게 했다. 만약 계란찜처럼 아예 흐물거렸다면 매력이 없었겠지만, 적당한 반동과 움직임이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도 내 이빨의 우수성을 증명하듯 쉽게 잘려나가는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어묵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어묵이 될 수 있을까. 눈길을 끄는 것은 물론 접하는 즉시 자존감을 높여주고 포만감까지 주는 그런 존재.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나라는 어묵을 씹는 즉시 모나고 딱딱해서 입 안을 헐어버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또한 떡, 햄, 새우를 감쌀 만큼 포용력도 좋지 않아 보는 매력도 없다. 나는 여태껏 내 주변의 어묵을 먹고 살았다. 좋은 동료를 만나 좋은 기회를 얻었고, 현재도 좋은 위치에서 좋은 일을 하며 산다. 내 입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어묵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다시, 어묵을 바라본다. 나는 누군가의 어묵이 될 수 있을까. 쓸데없이 생각이 길어졌다. 한동안 어묵을 사먹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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