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적자 1조에도 투자에 올인하는 쿠팡의 유통도전

쿠팡의 물류센터 모습=쿠팡
[오피니언타임스=박종국기자] 쿠팡의 적자가 놀랍다. 무려 1조 원이 넘었다.

사양산업이나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기업을 제외하고 이런 경우가 또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런데도 쿠팡 측은 큰소리를 친다. 아직 더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든든한 뒷배를 생각한 소리 같다. 쿠팡의 뒤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라는 세계 최대의 투자 펀드가 있다.

무서운 것은 소프트뱅크만이 아니다. 소프트뱅크만도 이미 30억 달러, 약 3조3000억 원을 쿠팡에 쏟아부었는데 이외에도 2014년에 이미 4억 달러의 투자금이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이라는 거대 투자자들로부터 들어온 바 있다.

그런데 쿠팡의 재무제표를 보면 여기 다 나타나지 않은 투자금도 보인다. 수천억 원 대 규모로 짐작되는데 밝히지도 않는다. 조 단위 투자가 아니면 따로 발표하지도 않겠다는 얘기일까. 사실 복잡하게 쿠팡이 얼마를 투자받았는지 셈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쓴 돈만 봐도 기가 막힌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을 시작했다던 2014년 이후 2018년 말까지 누적손실액은 3조 원에 이른다. 여기다 돈을 더 쓰겠다니… 그저 입이 떡 벌어진다.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는데, 그렇게 생각해 보니 이 모든 숫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쿠팡처럼 전국에 익일배송되는 물류망을 직접 구축하려면 적어도 3조는 써야 한다고.

과연 쿠팡의 경쟁자를 자처하는 기업들은 이 '돈의 전쟁'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을까? 우선 롯데와 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들이 있다.

조 단위 투자를 하겠다는 얘기를 작년부터 했는데 올해 들어서야 1조 원 쯤 쓸 마음이 든 것 같다.

4년 동안 3조를 아낌없이 쏟아붓고도 모자라 더 쓰고 말겠다는 회사와 과연 이 정도 투자액으로 규모의 경쟁이 가능할까 싶다. 투자 규모로만 보면 쿠팡이 대기업이고 기존 유통 대기업이 중소기업처럼 느껴질 정도다.

두번째로 이베이, 11번가, 위메프, 티몬 같은 이커머스 경쟁사들을 보자. 이들은 일찌감치 경쟁을 접었다. 모두 물류 투자는 관심이 없고, 수익성을 얘기한다. 쿠팡이 적자 전쟁을 계속 하겠다고 포커판에서 블러핑을 하자 앞장서서 패를 내려놓고 알아서 죽는 형세다. 어느새 “콜!”을 외치는 플레이어가 사라져 버렸다.

이쯤되면 쿠팡은 적당한 선에서 경쟁사들에게 허세를 부리며 뻥카를 던지거나, 투자보다는 이윤추구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지만 무섭게 투자를 늘리고 있다.

쿠팡의 경쟁사가 된 신세계,롯데그룹 등의 대기업 경쟁자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주주 눈치도 봐야 하고 기존 사업도 지켜야 한다. 이커머스 경쟁자들에겐 너무 큰 판이 벌어졌다. 따라가자니 부담스럽다.

쿠팡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쿠팡 같이 하는 회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래서 쿠팡은 혼자 독주했다.쿠팡으로서는 게임이 벌어지는 경기장을 자기 홈그라운드로 옮겨 온 셈이다.

쿠팡의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물 빠지는 속도보다 더 콸콸 빠르게 부어넣는다면? 독이 차고 흘러 넘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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