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묘한 말을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14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고민의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문제가 지금 꽉 막혀서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와서 극적인 돌파구나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꽉 막힌 벽이 뚫리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 최고위원의 발언 가운데 여기까지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남 최고위원은 이어 “대통령이 다녀가신 이후에도 아무런 진전 없이 오히려 갈등과 몸싸움이 격화된다면, 지금과 같은 대치상태가 격화된다면 정말 고민의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것이다.
요컨대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계기로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안 통과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비준안을 강행처리할 수 밖에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로 들린다.
지금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회의실은 민노당 의원들이 점령하고 있어서 남 위원장조차 들어가지 못한다. 때문에 남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그 누구보다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런 발언을 했으니 예사롭지 않다. 나름대로 오랜 심사숙고와 인내 끝에 결론을 내렸다는 인상을 준다.
 그 결론이란 특별한 것이 없을 것이다. 결국 강행처리 아닐까 한다. 자신이 참을 만큼 참아왔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방문하고 나면 명분은 축적될 만큼 축적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에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당이 계속 지금 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한 한나라당으로서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최종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야당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지난주 다소 혼선을 빚는 듯하던 민주당의 분위기가 다시 강경자세로 바뀐 듯하다. 14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서도 ISD 문제 등 일부 현안에 대해 뭔가 대안을 가져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올 필요도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여-야간에 타협론 비슷한 주장을 펴던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날 다시 강경한 발언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해서 아무런 해결책도 없어 국회 찾아오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손학규 대표도 이날 자신을 찾아온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면담하면서 “강행처리를 하기 위한 여론 조성을 위해서 오는 것이라고 하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야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이미 이 대통령은 사실상 지침을 내렸다.  전날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하와이를 방문중이던 이 대통령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결과적으로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에 조금 기다려보다가 안되면 해치우라는 지침을 내리는 듯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앞다퉈 화답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도 그런 화답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남 최고위원이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으로서 무조건 강행처리하지 않고 여-야 합의를 기다려준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그마저 사실상 마음을 굳혔다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그가 그렇게 앞장서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 대통령이 최종결심을 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통과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의 자리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여와 야, 혹은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이 문제의 핵심을 좀더 깊이 파고들고 또 직접 움직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즉 국내 갈등을 완화시키고, 미국을 설득하는데도 어느 정도 효과를 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물론 이런 기대가 일방적일지는 모른다. 더욱이 통상문제에 관한 우리나라 국회의 권한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그런 공식적인 권한 외에도 본인 스스로 노력하면 더 큰 역할을 못할 이유도 없다. 
역할은 당사자가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확대될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의 일을 창의적으로 하고, 자신의 자리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내 정치적 갈등을 줄이고 국가이익을 위해 남 위원장이 좀더 부지런히 뛰어줬더라면 지금 같은 극한대립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그렇게 움직여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연 무리한 생각일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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