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의 쇼!사이어티]

[청년칼럼=이성훈] 지난 4월 16일, 세월호 기억교실을 찾아갔다.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지겨웠다. ‘세월호’, ‘4월16일’ 그리고 노란 리본이란 단어가. 뉴스에서 너무 많이 보고 들었다. 유튜브 속에서 조명하는 세월호도 마찬가지여서 복사해서 붙인 듯한 뉴스영상들에 나는 무뎌졌고, 이미 볼 것 다 봤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 질리기 전에 만나보고 싶었다. 직접 안산을 찾아가면 다르지 않을까. 그렇게 경기도 안산의 ‘4.16 기억교실’을 찾아갔다. 지하철 차창 밖으로 새하얀 벚꽃나무들이 마지막 꽃잎까지 틔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성훈

지하철 타고 두 시간, <세월호 기억교실>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이름을 불러주세요>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 김예은...” 희생자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이 노래의 재생시간은 10분41초. 희생자 305명의 이름은 불러도 불러도 끝이 없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2층 기억교실로 올라갔다. 등교해서 마주하는 여느 평범한 고등학교의 풍경이다. 복도 따라 흰 벽과 낡은 신발장. 양쪽으로 난 창문. 각 반마다 매달린 ‘2-1’, ‘2-2’ 번호판. 이름표부터 알림장까지 2014년의 것 그대로 달려 있어, 2학년 1반을 향해 걸음을 천천히 옮겨간다. 그늘진 복도를 지나, 햇살이 눈부신 교실로 들어간다. 한 걸음 두 걸음... 교실문을 지나자, 숨이 멎는 듯하다.

Ⓒ이성훈

고요하다.

너무 고요해서 숨 쉬는 것도 미안하다. ‘2학년 1반 전부 37명, 생존자 18명, 희생자 19명’. 책상 절반은 텅 비었고, 절반은 예쁜 꽃과 사진, 선물들이 놓여 있다. 빈 책상은 생존자의 것, 예쁜 책상은 죽은 자의 것. 꽃과 액자는 묘비를 대신한다.

Ⓒ이성훈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았나보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의사,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 따라 한문교사. 나도 모르게 사진 속 얼굴을 피한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눈이 마주치면 눈물이 차올라서. 훌쩍이는 소리들. 노란 패딩을 입은 엄마, 남쪽 사투리를 쓰는 앳된 고등학생들, 오랜 친구였던 듯 책상에 앉아 한참을 액자를 쓰다듬는 청년 모두 훌쩍였다.

2학년 1반, 2반... 더는 둘러볼 힘이 없어 겨우 빠져나왔다. 그렇구나... 나에겐 1시간도 견디기 힘든 이 기억의 터널 속에서 그들은 5년 동안이나 헤매고 있구나.

Ⓒ이성훈

‘만지고 싶다. 내 딸’.

팽목항을 나부끼는 노란 리본에 적힌 수십만 문구 중, 제일 슬펐던 문구. 따뜻한 숨결, 부드러운 머릿결...나로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저 유가족, 친구들의 훌쩍임에서 죽은 이들의 생전모습을 어렴풋이 느낀다.

지겨운 것은 유족의 눈물이 아니었다. 5년째 세월호 진상 파악도 하지 못하는 이 현실이 지겨운 것임을 나는 새삼 깨닫는다. 아직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다. 침몰원인? 아직 그것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해군이 세월호 CCTV 원본을 훼손했다는 특조위의 주장, 사건 당일의 7시간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서 30년동안 감추고 이후의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권력자들의 이유를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슬퍼하는 유가족들이 지겨운 것이 아니라, 사실은 계절이 돌아오듯 반복되는 누군가의 외롭게 서명받고, 투쟁하는 모습에 익숙해져버린 스스로를 마주하기 괴로웠던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도 세월호는 지겹다, 그만하라며 투정만 부리던 스스로가 부끄럽다.

Ⓒ이성훈

서울로 돌아가는 길, 특별 수사단 국민청원에 서명을 남긴다. 그래, 이제는 지겹다. 이제는 제발 모든 것이 밝혀지기를. 산 사람은 살아야지. 다음 봄에는 부디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의 물음표가 확신의 느낌표로 바뀌길. 그리하여 유가족들이 노란 리본 나눠주며 서명 받으러 다니는 그 슬픈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길.

 이성훈

20대의 끝자락 남들은 언론고시에 매달릴 때,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철없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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