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청년칼럼=신영준] TV조선에서 방영중인 트로트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 지난 18일 전국 시청률 12.9%를 돌파하며 종편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1일 11.9%라는 대기록을 일주일 만에 또 갈아치운 것이다. 연일 화제가 되었던 ‘프로듀스 101’이 결국 시청률 5%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미 방영되었던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어떤 점이 달랐기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미스트롯 8회에서 홍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TV조선 방송 캡처

먼저 참가자들 중 지원이, 숙행 등 몇 명을 제외하곤 거의 아무런 정보가 없다. 대형기획사 소속이거나 이미 인지도를 쌓았던 참가자들이 많았던 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다. 오디션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지만 참가자의 구성이 확연한 차이를 만든다. 떨어지는 인지도와 소속사의 지원을 못 받는 상황에서 화제성에서는 밀리지만 초반에 어느 정도 ‘베스트11’의 윤곽이 보였던 타 아이돌 오디션과는 달리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참가자들의 약점이 의외성이라는 강점으로 작용해 몰입을 도왔다.

또 다른 포인트는 합격자 선정방식이다. 시청자 인기투표가 큰 영향을 미쳤던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리 초반부에는 마스터들의 점수가 합격의 분수령이었다. 이 방식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동시에 오직 참가자들의 실력이나 그날의 무대의 컨디션이 합격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오는 서스펜스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하지만 ‘마스터 군단’이라 불리는 심사위원의 수가 다른 프로그램보다는 많으며 작곡가, 현직트롯가수, 아이돌부터 음악과 관련 없는 연예인들도 포함돼 있어 여러 방면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또 회를 거듭하면서 평가점수의 산출방식이 변한다. 7회에서는 백마부대 위문공연을 콘셉트로 장병 500명의 점수가 순위에 반영되었고 8회에서는 레전드들의 무대를 재해석하며 관객점수와 사전투표점수가 마스터점수와 함께 합산되었다. 회를 거듭하며 평가의 다양성이 보완되고 있다.

시청률 대박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일명 성인가요로 불러지는 트로트라는 장르와 TV라는 전통적 매체의 시너지다. 세대별 매체이용률의 흐름을 살펴보면 40대와 50대에서 TV이용률이 가장 높다. 그리고 지상파와 케이블을 시청하는 비율은 거의 비슷한 정도로 변화했다. 10대들은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비율이 높다. 트롯이라는 음악적 장르는 중장년층 이상에서 더 익숙하고 인기가 있는 장르이다. 케이블 예능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 임에도 인터넷에서 클립영상이 큰 화제가 되거나 참가자들의 개인 SNS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내일은 미스트롯’은 한마디로 TV매체의 주 이용자인 40대 이상의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익숙한 트로트로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시청률 대박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40대 이상에서만 미스트롯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뉴트로’ 인테리어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이며 ‘새로운 복고’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자개장을 들이거나 오래된 것을 새롭게 소비하는 문화이다. 오래전 그들의 일상이 오늘날 우리에겐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와 연결지어보면 우리네 아버지의 삶과 사랑이 녹아든 트로트는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와 특별한 매력을 뽐낸다. 미스트롯도 회를 거듭하면서 네이버TV나 유튜브에서 경연영상클립들이 점차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돌음악과 힙합이 주류인 세대들에게 고등학생부터 엄마들까지 다양한 연령이 보여주는 트로트 공연은 그야말로 ‘뉴트로’이다. 전통적이고 오래된 것이 트렌디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물론 ‘당신의 미스트롯에 투표하세요’라는 문구나 레전드를 앉혀놓고 전설을 노래하는 무대를 꾸미는 등 타 프로그램들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여러 아쉬운 부분들이 있겠지만 내일의 미스트롯이 누가 될지 기대가 된다. 우리 고유한 장르인 트롯이 부흥하는 것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전국투어 콘서트도 진행한다고 하니 부모님과 손을 잡고 트렌디한 트로트 공연을 보러 가면 어떨까. 부모와 자식세대가 서로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ews34567@opiniontimes.co.kr)도 보장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