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나름대로 진전된 제안을 내놓았다. 15일 국회를 방문해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재협상을 비준후 3개월 안에 요구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방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처리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등 여야지도부가 모두 나와 이 대통령을 만났다. 처음에 거부감을 보이던 민주당도 이날 우여곡절을 거쳐 동석했다. 만난 것 자체는 잘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회가 한미FTA를 비준 동의하면서 한미 양국 정부에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재협상하도록 권유하면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책임지고 미국과 재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한미FTA에서 최소한 ISD 조항은 폐기돼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이 있었으니 이를 당에 전달하겠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김진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최소한 재협상 약속만이라도 받아오라는 협상파의 요구도 제대도 받아들인 것이 아니어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사실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은 미덥지 못한 측면도 있다. 과거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서도 약속해 놓고 이행하지 않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검역조건 문제로 시위가 거세질 때 정부는 수입위생조건에 관해 미국과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재협상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이번 한-미자유무역협정의 ISD 조항 문제도 일단 그렇게 약속하고 나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해도 미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어찌할 것인가? 미국의 거부를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책임지고 해내겠다고 했지만,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까?
물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있어 일단 약속한 것을 함부로 깨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지나간 쇠고기 협상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미흡한 제안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다.
걱정사항이 하나 더 있다. 설사 미국이 우리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고 ISD조항을 폐기 또는 완화하는데 동의하더라도, 그 대신 다른 것을 또 내주는 일은 과연 없을 것인가? 아마도 미국은 그런 요구를 해올 공산이 크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벌인 쇠고기 협상이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지켜본 바 이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신뢰성 면에서는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이 야당에 의해 수용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6일 민주당 의원총회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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