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침 우리나라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합창을 하고 춤을 추었다. 폭력도 동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위해 이명박 정권을 엄호하고 야당을 매질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를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 국가소송’ 제를 비준후 재논의하겠다고 제안한 것을 민주당이 장관급 서면합의를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하자 일제히 공격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야, 처음부터 FTA 타협할 생각 없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2면과 3면도 털다시피 하며 민주당의 ‘속내’와 의총분위기를 다우고 민주당을 나무랐다. 특히 3면에는 한나라당이 24일 단독처리 검토한다는 기사를 비중있게 다뤘다. 또  “의회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달라” 고 말한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사설에서도   ‘아흔아홉 고비 넘어온 FTA, 마지막 언덕 넘을 때가 됐다’ 는 제목으로 사실상 여당 단독이라도  비준안을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동아일보도 1면 머리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면서  ‘짓밟히는’모습을 보여주려는 관측마저 나온다고 썼다. 이어 3면에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협상파와 강경파가 반으로 갈렸다는 사실을 크게 다뤘다 . 3면에는 민주당의 서면합의 요구는 외교장관 출신 송민순 의원의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송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같은 것”이라며 서면합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야권통합 정략을 위한 FTA반대 용서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면 3면 4면 5면과 사설을 동원해 민주당의 반대에 돌팔매질을 했다.  3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비슷한 일본 경제동우회 하세가와 야스치키 대표간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FTA 주도권 싸움...먼저 움직이는 쪽이 승자”라며 국내 반대론을 간접 비판했다.  
경제신문도 야당을 비판하는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매일경제는  ‘국가 원수 약속도 못믿겠다는 야’라는 제목의 1면 기사와 ‘한국 미래 중요한 갈림길...이젠 FTA 비준 마무리할 때’라는 제목의 3면 기사를 통해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아울러 민주당에 대해서는 개방경제를 거부하는 ‘민노당 2중대’라고 매도했다. 사설은 ‘한미FTA 이젠 국민에 직접 설명하고 처리하라’는 제목으로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정당당한 절차를 밟아나가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일방적으로 처리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한국경제는 1면에 민주당이 FTA 생떼를 쓴다는 기사를 싣고 3면 기사와 사설로 거드는 등 야당비판에 동참했다. 다만 1면 머리에 올리지 않고 하단에 실었다는 것만 다르다.
 이렇듯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정부 여당과 함께 춤을 추었다. 이들 신문의 합창과 춤을 보면 마치 모두가 관영언론 같아 보인다. 혹시 우리가 전체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나 하는 착각마저 생긴다.
사실 이들 신문의 이런 논조에는 일단 습관적인 측면이 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언제나 정권 편들기를 해오던 습관적 행위의 연장선에 있다는 말이다. 그나마 좋게 봐주면 예전부터 해오던  보수적인 관점을 다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 반드시 그런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바야흐로 종합편성채널이 출범을 눈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들 신문사는 이미 이 정부의 ‘은혜’ 덕분에 종편 채널을 따낸데 이어 황금채널 배정, 독자적인 광고영업 허용 등 많은 특혜를 받아 왔다. 그리고 출범 이후에도 더 많은 특혜를 받고 싶어한다. 그러니 이 정부 하는 일에 박수를 쳐야 할 처지이다. 해바라기처럼 정권만을 처다 보면서 웃음을 판다고 해야 할까?
 
반대로 이 정부의 반대 세력에는 성난 얼굴로 노려본다. 뿐만 아니라 언어폭력까지 동원해서 상처를 준다. 17일 아침에 나온 기사 제목 가운데서도 일부 기사나 제목은 언어폭력이나 다름없었다.
 
 
경제신문의 경우 어차피 여론에 대한 영향력은 약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기왕에 얻은 기득권이 있다. 매일경제의 경우 종합편성 채널을 따냈으니 과분하고, 한국경제도 직업방송 채널을 얻어냈으니 이 정부의 은혜를 충분히 넘치도록 받은 것이다,  이런 은혜를 받았으니 보답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오늘 아침 보수신문과 경제지를 보고 이 정부 사람들은 흐뭇했을 것이다. 이렇게 충성을 다해주니, 은혜를 퍼준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좋아해서는 곤란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딸들에게 영토를 다 떼주고 나서는 도리어 배신당했던 리어왕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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