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게 강제매각 명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여진이 긴 것 같다.
금유위원회가 지난 18일 임시위원회를 열고 초과지분 41.02%에 대한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고 외환은행의 비상임이사 3인에 대한 해임권고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21일 불러들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강제매각 명령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따른 것이므로, 관련자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런 일들은 이번 금융위 결정의 자연스런 후속조치이다.

론스타는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외환은행을 처분하고 떠나야 한다. 이미 충분히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하나은행과 맺은 매각계약이 그대로 유지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떠나게 돼 있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투기자본 론스타의 ‘먹튀’를 합법화했다는 주장이 각계로부터 분출하고 있다. 론스타가 그 사이 얻은 투기이익이 5조원 가량 된다면서 금융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아마도 그 이익을 회수해야지 왜 그냥 내버려두느냐는 원망일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성찰해 볼 때 그것은 사실 우리를 비춰주는 거울 같은 것이다. 이 나라의 부실경영의 결과인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은 2003년. 당시 외환은행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고, 카드사 부실사태로 많은 카드사들이 도산위기에 몰렸었다. LG카드와 삼성카드, 외환은행의 계열사인 외환카드 등이 모두 자금난에 몰렸었다, 이들 카드사는 당시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어서 심지어 새마을금고 같은 데까지 찾아다니며 급전을 구했다.
 
이들을 도산하게 내버려둘 경우 카드돌려막기 등으로 간신히 버텨가는 많은 사람들을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었다. 외환은행도 제일은행처럼 부실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이 또다시 투입돼야 했다. 바로 이때 들어온 것이 론스타였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외환카드 위기도 해소되고,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부담도 해소됐다. 만약에 그때 론스타에게 넘기지 않았다면 제일은행의 경우처럼 외환은행과 외환카드를 처리하는데 정부가 훨씬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게 됐을 것이다.

외환은행과 외환카드는 이렇게 론스타에게 넘어간 이후 경영체질이 바뀌고 경영상태가 크게 개선됐다. 물론 외환은행 직원들도 열심히 일했다. 덕분에 외환은행 주가는 물론 많이 올랐다. 말하자면 론스타는 그 당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위기에 빠진 한국의 금융시장과 신용불량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론스타가 벌어간 이익은 그 대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스타가 가져간 이익이 너무 큰 것은 사실이다. 투기자본의 본성 그대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것을 지금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토해내라고 한다면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해도 또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만약에 초과지분을 무조건 장내매각하라고 한다면 주식시장은 어떻게 되고,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될까?   투기자본이라도 끌어들여서 금융기관과 금융시장, 그리고 수십만명의 신용불량 사태를 막아야 했던 당시를 돌이켜 보면 이제와서 그런 무리수를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경영상태가 개선되고 경제상황이 달라진 지금의 잣대만 자꾸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아깝고 억울한 것으로 치자면 대우자동차를 미국 GM에 넘긴 것이나 제일은행이 뉴브릿지의 손을 거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와서 보면 모두 속상하지만, 그 당시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이 나라의 부실경영이 대가를 치른 것이고, 그 대가를 치르면서 외환은행과 우리나라의 경영풍토가 대폭 개선된 것이다. 이런 이치를 부인하면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감추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금융기관이든 기업이든 튼튼하게 경영해서 그런 투기자본이 아예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론스타 문제의 교훈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니 떠나려는 론스타를 앞에 두고 자꾸 이런저런 군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치사한 일 아닐까?.금융자본이 아니었다는 둥 문제 삼을 것이 꽤 있을 수 있겠지만, 더 이상 파헤치는 것은 우리 자신을 구차하게 한다. 이쯤 해서 론스타를 고이 놔주는 것이 지 않을까?
/편집장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