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양유리] 요즘 방탄소년단에 대한 나의 덕질과 유별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던 주변의 많은 이들이 방탄소년단의 마성의 매력에 빠지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인기가 없었을 때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지금까지 방탄의 실력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정말 열심히 '잘' 했다. 솔직히 이번 타이틀은 예전에 비해 나에겐 좀 아쉬움이 있다. 노래는 새롭고 대중적이고 좋지만, 이들이 더 절실하던 시절 온몸에 전율이 흐르게 하던 퍼포먼스와 컨셉에 비하면 조금 약하다는 생각도 든다. “얘네가 춤을 추는 건가 뼈를 부수러 나온 건가” 의심이 들 정도의 빡센 안무와 라이브를 소화하던 ‘코찔찔이 시절’ 앨범활동이야말로 이들의 모든 역량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진정한 힘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오 갈데 없다는 무명의, 작은 기업 소속의 흙수저로서 외로움과 아픔을 음악으로 호소하며 한걸음 한걸음 위로 올라갈 때, 듣는 이들에게 감동과 위로가 전해져 왔다는 것에 있었다. 실질적인 감동은 과거에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급격히 상승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미디어와 소셜미디어 현상, 이를 통한 소통과 네트워크의 효과이다.

한때 유명하지 않았던 작은 기획사 소속의 방탄소년단은 국내 공중파 방송에서 퇴짜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고, 대기업 소속 아이돌만큼 언론 홍보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 공중파 연말무대 역시 영광의 엔딩 무대는 세계적 수준이고 국위선양한 방탄이 아닌, 한동안 활동도 없었던 대기업 아이돌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성공을 누리고 있는 지금도 전통적 언론에서 기사화되는 일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인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방탄이 했던, 대기업 아이돌들과의 차별화는 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꾸준한 소통이었다. 일반인의 유튜브 콘텐츠 사업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데뷔 초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꾸준히 자신들만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콘텐츠들을 생성해 유포하였고, 방탄 개개인들 또한 트위터 그룹 계정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콘텐츠 생성활동은 비용이 별로 들지 않았음에도 소셜미디어로 항상 소통하는 일반인들에게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방탄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지속적인 노출로 언어를 불문하고 전세계에 힘든 청년들과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가슴 깊이 전달됐다. 이들이 10대 때는 한국의 획일화된 교육환경을 비판했고, 20대에 접어들면서는 매일같이 삶과 맞서 찌들어 살아가는 청년들을 대변하는 노래를 했으며, 대한민국의 정치가 한참 시끄럽던 시절에는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권력층으로부터 상처받은 사회인들을 위로했다.

유독 치열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어두운 미래지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한 노랫말과 칼군무와 멜로디로 지속해서 외쳐왔다. 이러한 메시지는 방탄의 소셜미디어 소통으로 보여지는 솔직한 인간적인 모습들과 겹쳐져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시간과 공간이 축소되는 글로벌 시대에, 이러한 방식으로 대중들에 접근하던 방탄이 글로벌 대우주스타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기존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대기업 소속 연예인만이 미디어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방탄은 소셜미디어로 글로벌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였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하며 대중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감으로써, 작고 힘없는 이들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방탄을 향한 전 세계적인 이목과 관심은 이러한 뉴미디어 효과와 작은 소통을 통해 천천히, 그러나 급격히 축적돼 온 것이다.

필자는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분야를 연구하면서 기업에게 핵심적으로 부각되는 방향이 '지속적이고 민주적인 소통'임을 배우고 있는데, 이러한 '방탄현상'은 매우 흥미로운 사건일 수밖에 없다.

 양유리

UC 산타바바라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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