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서 죽기 직전에 “다 이뤘다”고 말했다. 예수의 이 말처럼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되면서 하고자 한 일은 모두 다 해낸 것 같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마저 기어이 처리했으니 말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또 어떤 일을 할지 알 수 없지만, 큰 것은 다 끝난 것이 아닐까 한다.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고 한 나폴레옹의 말 그대로이기도 하다.
 
전술적으로도 훌륭했다. 21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취소하고, 비준안 처리시기를 24이나 12월초에 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 야당의 긴장을 늦춰놓고는 결행했다.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하다가 전격적으로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속전속결로 마무리했으니 히틀러의 전격전 비슷하기도 하다. 이를 총지휘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유능한 야전사령관 노릇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사실 여당으로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질질 끌어봐야 이로울 것이 없었다. 비준안 처리가 늦어지는 동안 논란만 갈수록 비등했다.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촛불집회도 재연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처리하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다. 더 늦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얼른 해치우는 것이 상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여당으로서는 해야 할 바를 신속하게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해도 될 것이다.
 
내가 통상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처리 방식에서는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여야가 합리적인 논의를 하지 않고 끝없이 싸움만 하다가 결국 여당이 수적인 우위를 앞세워서 일방처리했으니까.
 이날 국회에서는 경호권과 질서유지권이 발동되고 회의와 표결은 비공개로 진행돼 취재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야당의 '방해'와 국민의 '감시'를 막을 수 있는 합법적인 조치는 모두 동원된 셈이다.
 
이날 국회본회의에서 김선동 민노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렸다가 격리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소동만으로는 집권여당의 수적인 우위를 막아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이전에도 지적했듯이 6/3사태 이후 처음으로 여당이 단독으로 대외협정을 처리한 기록을 남긴 것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게 문제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거센 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의 강행처리에 대해 국민을 잘 설득하고 해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정부가 주장하듯이 대미수출이 크게 늘고 경제상황이 개선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역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 역풍은 아이올로스가 오디세우스에게 보내준 바람보다 더 거셀지도 모른다.
 
내년이면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 어차피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1년 남짓 지나면 물러나게 돼 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이제부터 큰 시련의 계절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시련의 시기에 역풍을 이겨나가지 못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당기간 오디세우스처럼 방황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역풍을 잘 헤쳐나가는지 앞으로 잘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편집장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