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사비 부풀려 국비 빼내” 삼성물산 “사실무근”

한국방송(KBS)은 지난달 30일 삼성물산이 가거도항 방파제 사업에서 국비를 빼돌린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해당 의혹을 다룬 KBS 시사기획 창 화면ⓒKBS 유튜브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삼성물산과 한국방송(KBS)이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항 방파제사업의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 문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목포해양청)은 가거도항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방파제 사업을 2013년 발주했다.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사업을 따내는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됐다. 1189억원을 적어낸 삼성물산이 다른 건설사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BS 시사기획 창은 지난달 30일 삼성물산이 가거도항 방파제 사업에서 견적 부풀리기로 국가 예산 100억여원을 빼가면서 하도급업체의 특허기술까지 탈취했다고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5년 방파제 공사 중 바닷속 연약지반(상부 건축물 무게를 표면이 버티지 못한다는 뜻)을 찾았다며 추가 공사비를 정부에 요구, 정부가 삼성물산에 추가 공사비 430억원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 430억원을 다 쓰기 위해 하도급 계약을 논의하던 중소 건설업체 청문건설에 견적을 부풀리라고 압박했다. 청문건설은 처음에 190억원을 견적으로 삼성물산에 제출했으나 258억원, 334억원 등으로 수치를 올렸다. 최종적으로 삼성물산과 청문건설이 맞춘 금액은 315억원이었다"(KBS 보도)

김응수 전 청문건설 대표는 시사기획 창에 출연해 “(삼성물산이) 청문건설을 이용해 견적을 자꾸 올렸다”며 “예산부터 확보하고 견적을 거꾸로 맞추다 보니 무리한 견적서가 몇 회에 걸쳐 부풀려졌다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KBS는 삼성물산이 청문건설 특허를 훔쳤다고 지적했다. 청문건설은 지표를 뚫고 들어가 연약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워터햄머 장비에 대한 특허 전용실시권을 갖고 있었다. 특허 전용실시권은 특허권자의 허락 아래 특허권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KBS는 "청문건설은 삼성물산에 특허 장비 사용료로 30억여원을 달라고 했다.  삼성물산은 청문건설 제안을 거절하고 다른 건설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워터햄머 장비가 필요했던 삼성물산은 새 파트너를 동원해 특허권자와 접촉했다. 결국 삼성물산은 3억원만 특허권자에게 주고 청문건설 특허와 비슷한 장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청문건설은 삼성물산이 원하는 대로 해줬지만 일감을 받지 못한 채 특허 정보만 빼앗긴 모양새가 됐다는 것. 이를 억울하게 생각한 청문건설은 KBS에 삼성물산 관련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청문건설에 견적서 부풀리기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사기획 창에 제시된 견적서는 청문건설이 가거도항 방파제 사업 설계를 맡은 혜인이앤씨에 보낸 서류라고도 했다. 사진은 시사기획 창 예고편에 등장한 견적서. 붉은 동그라미 안에 ‘혜인’ 글자가 나온다ⓒKBS 유튜브

의혹에 휩싸인 삼성물산은 할 말이 많다는 태도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가거도항 방파제 사업은 태풍 피해를 복구하려는 긴급 공사였다. 발주처(목포해양청)가 지반을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며 “착공할 때 지반 조사를 하자는 조건이 들어갔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지반 조사를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연약지반이 발견돼 발주처에 통보했다. 이를 고려해 설계변경을 할 건지, 공사비를 어느 정도 책정할 것인지는 발주처가 결정한다”며 “삼성물산이 430억원을 요구했다는 건 사실관계가 잘못됐다. 삼성물산은 설계 변경이나 공사비 증액에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발주처가 추가 공사비를 정하면 그에 맞춰 협상하면 된다”며 “왜 하도급업체를 시켜 견적서를 부풀려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문건설에 견적을 올리라며 압력을 넣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시사기획 창에서 삼성물산과 청문건설이 주고받은 것처럼 보도된 견적서를 받은 적 없다”며 “그 서류는 청문건설이 가거도항 방파제 사업 설계를 맡은 혜인이앤씨에 낸 견적서”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특허 침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하도급업체와 계약하면 그 회사가 장비를 쓰고 사용료를 삼성물산에 청구한다”며 “삼성물산이 특허 사용료를 따로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특허 논란을 빚은) 워터햄머 장비의 경우 삼성물산 하도급업체가 2009년부터 특허권자와 거래해왔다. 이 업체는 가거도항 외 다른 사업장에서도 공사하면서 해당 장비를 썼다”며 “청문건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했다.

목포해양청은 삼성물산 손을 들어줬다. 목포해양청 관계자는 “예산은 발주처가 기획재정부에 신청해서 받는다”며 “설계는 혜인이앤씨가 담당했다. 견적도 거기서 뽑는다”고 했다. 삼성물산이 공사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소송 결과 특허 침해 사실도 없다고 밝혀졌다”며 “이런 부분을 KBS에 충분히 전달했지만 청문건설 주장이 (보도에) 많이 반영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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