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자신과 장남이 지분 100% 보유한 회사에 호텔브랜드 사용료 몰아줘"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기자] 

또 사달이 났습니다.

운전기사에게 상습폭행과 폭언을 해 구설에 휘말렸던 대림 이해욱 회장. 이번엔 그와 그의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가 대림산업의 호텔사업에 끼어들어 '통행세 명목'으로 호텔브랜드 사용료를 부당하게 챙기다가 적발됐습니다. 거액을 부당하게 챙긴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그 방식이 전례드문 ‘신종 사익편취’여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공정위가 발표한 대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태를 보면 그 과정이 매우 치밀하게 이뤄졌슴을 알 수 있습니다.

2010년 7월, 대림그룹 총수 2세인 이해욱 회장(당시 부회장/지분 55%)과 그의 아들(지분 45%)이 출자한 에이플러스디란 개인회사가 설립됩니다. 이후 대림산업이 호텔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체브랜드 개발(2012년 9월)에 나서 2013년 9월 끝냅니다.

그런데 정작 개발된 브랜드의 상표권(GLAD)은 에이플러스디가 출원,등록합니다. 대림산업이 자체 개발한 호텔브랜드의 소유권이 엉뚱하게(?) 총수 일가 수중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브랜드 소유권을 에이플러스디로 넘긴 대림산업. 자사 소유의 구(舊) 여의도사옥을 호텔(현 여의도 GLAD호텔/2014년 12월 개관)로 개발하고 여기에 GLAD란 브랜드를 사용합니다. 여의도 GLAD호텔 임차운영사인 오라관광과 에이플러스디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브랜드 사용료(1~1.5%)와 마케팅 분담금(1~1.4%) 명목으로 매출액 총 2~2.9%(2016년 1~ 2026년 9월까지 총 253억원)를 지급하게 돼있습니다.  오라관광(2019년 2월 글래드호텔앤리조트로 사명 바꿈)은 관광호텔업과 골프장 운영업을 영위하는 대림산업의 100% 자회사.

그러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돌입하자 이 회장 일가는 2018년 7월 에이플러스디 지분 100%를 오라관광에 무상 양도해버립니다. 그때까지 에이플러스디가 받은 브랜드수수료는 31억원.  브랜드 사용료를 낸 호텔은 여의도 GLAD호텔과 제주 MAISONGLAD호텔, GLADLIVE 강남호텔 등 세 곳.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이들 호텔로부터 대림총수 일가의 사익편취가 지속됐으리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공정위는 “감정평가 결과 에이플러스디가 가진 브랜드(GLAD) 가치만 69억~100억원이었다”며 “이번 사건은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일가가 사익을 편취한 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처음 제재한 사례”라고 의미를 두었습니다. 특히 호텔산업에서 프랜차이즈호텔사업자는 브랜드 이름 뿐아니라 호텔 운영방식(브랜드인프라)을 통째로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게 통례이나 에이플러스디는 브랜드인프라조차 갖추지 않은채 힐튼이나 하얏트 등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호텔사업자 수준의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브랜드인프라 구축과정 역시 오라관광이 대신 해준 뒤, 이를 에이플러스디에 넘기는 방식.  브랜드 사용료 책정과정에 에이플러스디와 오라관광이 아닌, 대림산업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게 공정위 조사결과입니다.

총수 개인회사에 마구잡이로 일감을 몰아준, 그 무모함에 아연실색할 따름입니다.

공정위는 대림산업(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및 사업기회 제공)에 4억 300만원, 오라관광(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7억 3300만원, 에이플러스디에 1억 690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이해욱 회장(지시 관여)과 대림산업, 오라관광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특히 “이해욱 회장의 경우 대림산업의 호텔사업 진출 회의를 정기적으로 주재하면서 사익편취 행위를 지시·관여한 혐의”라고 못박았습니다.

김호균(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재벌들은 주주권 확보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현금을 노골적인 ‘사익편취’의 방법으로 거두어들이고 있다...통행세는 물론 가족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도 결국 가족 경영의 관행을 무리하게 이어 가려는 배임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대림총수의 사익편취 사건 역시 가족경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대기업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준 사례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사례가 어디 대림그룹 뿐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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