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논객칼럼=양원희] 화폐개혁 관련 주식이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 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식시장에는 현실성 없는 별별 테마들이 등장해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좀 냉정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에 적당한 사례여서다.

화폐개혁이라기보다는 리디노미네이션으로서 1000원을 1원으로 단위만 변경한다는 것인데, 이런 논란은 한은의 사전 부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 의도된 질문을 했고, 한은총재가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발언함으로써 촉발됐다.

이는 곧바로 주식시장으로 파급돼 현금인출기 생산관련 기업, 인출기 관리전문 기업,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은총재의 무책임한(?) 발언이었지만,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보수 유튜버들은 현 정권의 음모론으로 포장해서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부동산 관련 유튜버들은 부동산투기 붐을 다시 지피기 위해 화폐개혁이 임박한 것처럼 확대 해석해 조회수를 늘리는 데 이용했다.

논란을 정리하면,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하는 이유로 원화 거래단위가 한국경제의 위상에 맞지 않으므로 국제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과 부정부패로 형성된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더욱이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허황된 주장도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집권세력이 정치적 필요(음모)에 의해 단행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있다.

Ⓒ픽사베이

이런 주장들은 모두 상식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첫째, 한국경제의 위상이 화폐단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화폐단위에 상관없이 한국경제의 위상은 계속 높아져 왔다. 후진국에서나 단행하는 화폐개혁을 한다는 자체가 한국경제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경제정책의 신뢰성을 추락시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둘째, 지하경제 양성화도 개발도상국에서 정권적 차원에서 화폐개혁을 통해서 하는 것이지, 우리 정도의 성숙된 자본주의에서는 부패방지를 위한 사회적 제도확립과 투명한 세제로 가능한 일이다.

셋째, 화폐개혁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경기침체를 타개하기는커녕 그나마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일거에 무산시킬 수 있다. 특히 시중에 잠재돼 있던 자금들이 사전에 감지하고 소용돌이 치듯 움직인다면, 서민물가 불안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현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화폐개혁은 정책당국이 논의할 만큼 시급한 과제는 더욱 아니고, 시중의 의견을 타진할 만큼 한가한 상황도 아니다.

한은총재도 자신의 실언(?)을 곧 철회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세미나를 계획하는 등 뭔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하게 만들어 화폐개혁 관련주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필자 생각으로는, 현 시점에서 화폐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다. 장기적으로도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정책이고, 현 정부가 정치적 도박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백 번을 양보해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다 해도 해당 관련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릴 만큼 대단한 효과가 있지도 않다. 준비기간이 매우 장기적일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결제수단이 다양해지고, 디지털 통화비중이 더욱 높아져 현금(지폐)이 점차 없어지는 추세이므로, 현금인출기 생산관련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폐개혁 관련주가 주식시장에서 비상식적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이제는 잠잠해졌지만, 언제 다시 급격한 움직임을 보일지 모른다. 주식시장은 비이성적인 측면이 항상 있는 편이고, 이에 편승하여 높은 수익을 내는 투자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를 보면서 끝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주식투자의 기본인 기업의 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는 무분별한 투자자는 한두 번 성공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큰 손실을 보고야 만다.

최근의 주식시장에는 사모펀드 다양화, 기관투자가의 규모 확대, 큰손들의 영향력 확대 등으로 자금의 편중화(집중화) 현상이 눈에 띈다. 특히 개인투자가들은 상상도 못하는 프로그램이 매매하는 시스템트레이딩 규모도 커지고 있으며,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AI)이 운용하는 펀드도 있을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이 이미 정보와 분석능력이 부족한 개인투자가들이 투자게임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바이오 주식들의 폭락현상을 보면, 한때 기업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승승장구했던 바이오 주식에 무분별하게 참여한 많은 개인투자가들의 고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화폐개혁 관련주들도 큰손을 중심으로 형성된 세력이 주도해 주가를 올리고 치밀하게 주가를 만들면서, 개인투자가들이 가세하도록 현란하게(?) 유혹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화폐개혁과 같은 현실성 없는 테마에 미혹되기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냉정한 판단과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투자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이 ‘맹수가 이글거리는 정글 같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