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송의 어둠의 경로]

[청년칼럼=서은송] 20대가 이런 삶일 줄 알았더라면, 조금 늦게 맞이해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학창시절 나는 스무살이 되면 완벽하게 행복할 거란 착각을 매일 하곤 했다. 물론 지금에서야 ‘착각’이라고 알게 되었지만, 고등학교 당시 이십대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스무살이 되고 괜찮은 추억들이 많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틈에 여러 연인도 만났었다. 흔히들 청춘이란 연애의 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편견을 깨고 똥파리를 만났던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청춘이 아팠던 것은 20대가 되면서 사람을 잃는 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내게 상처와 슬픔을 줄 사람은 깔끔하게 잃어버리고 ‘손절’하는 법.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기적이고 못되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요즘 20대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느끼고 배우는 그런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픽사베이

얼마 전 내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가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에 대해 실망하고 그와 연을 끊고 싶다고 연락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다만 마음 아팠던 것은 그 친구가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착한 사람인가? 난 장담하건대 착한 사람은 아니다. 흔히들 내가 정이 많아서, 나를 때린 사람마저 안아줄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난 착해서가 아니라, 너무 어린 나이에 사람을 미워하는데 힘을 너무 크게 써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젠 그냥 누군가를 너무 믿는 것도,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도 지쳐버렸다.

고작 스물두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냥 있는 사람, 잘 챙기자’ 이 한 문장으로 살아가야 하는 애늙은이 같은 나의 청춘에게 과연 누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문장을 던질 수 있겠는가.

정이라는 것은 사람한테나 강아지한테나 참으로 떼어버리기 어려운 것이다. 그만큼의 힘을 쏟기엔 난 지금 너무 많이 약해져있다. 그래서 아무도 떼어버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자신이 악하고 나쁘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스스로 강한 사람이라고 느끼길 바란다.

나는 끊어내지 못하기에 힘을 쓰지 않는 법을 택했을 뿐, 우리는 서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것은 아니었을까. 

 서은송

2016년부터 현재,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

2016 서울시 청소년의회 의장, 인권위원회 위원

뭇별마냥 흩날리는 문자의 굶주림 속에서 말 한 방울 쉽게 흘려내지 못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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