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의 딴생각]

[청년칼럼=심규진] 평생 원망했던 아버지. 어린 시절, 좋은 기억보다는 무수한 안 좋은 기억 속에 가려진 나의 아버지. 술을 드셨고, 가정을 내팽겨 치셨고, 결국 경제적 능력까지 상실한 육신의 아버지. 이제 그는 노인의 되어 거동이 불편하다. 연(緣)을 끊고 지낸 세월이 후회될 때도 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분노의 앙금이 부모-자식 간 관계의 줄기를 연하게 만든다.

내 자식이 태어나고 부모의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할 때쯤, 다시 손을 내밀어 왕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버이날을 맞이했다. 빠듯한 살림에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오히려 내가 무언가 받고 싶은 심정. 그래도 아버지이기에, 초등학교 시절 시험기간에 공부를 가르쳤던 선생이었기에, 같이 TV를 보며 하하호호 웃었던 친구였기에 마음을 내어본다.

“어버이날 잘 보내세요.”
“고맙다.”
“둘째 순산하고 연락드릴게요.”
“순산하길 빈다.”

문자로 주고받은 대화가 참으로 담백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하지만 하루 종일 속이 답답하다. 홀로 방구석에서 따뜻한 날씨에도 차디찬 하루를 보낼 그를 생각하니. 나도 늙었나보다. 세상만사에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이 약해진다.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이래서 어른의 삶은 복잡하고 고달픈 것일까.

Ⓒ픽사베이

중학교시절 언젠가,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던 적이 있다. 활짝 핀 분홍색 카네이션 한 송이. 그리고 지금은... 멀리 떨어져있다. 마음의 거리만큼 물리적 경계가 생겨버렸다. 오늘 만약 만난다면 분홍색 카네이션을 드릴 수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노란색 카네이션을 드리는 건 아닐까. ‘이의제기’ ‘실망’의 의미라는데.

곤히 자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얼마나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그는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 손으로 과연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자식은 너무 사랑하지만 부모는 되기 싫고, 어린이날은 좋지만 어버이날은 부담스럽고, 효도는 하고 싶지만 용서는 싫은 싸이코 같은 내 감정.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아직 어른이 안 된 게 아니라 인간이 덜 된 것 같다.
부족한 아들을 용서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신 은혜는 제 자식에게 대신 갚겠습니다.

이 말을 결국 전하지 못하겠지만, 손가락으로라도 뱉어내니 속이 시원하다. 어버이날이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 

 하늘은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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