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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충고[이영환의 코리아 프리미엄 프로젝트]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9.05.09 11:17

[논객칼럼=이영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살아생전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 종교, 사회, 철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될 주옥같은 명언을 많이 남겼다. 필자는 그 중에서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명언으로 다음을 들고 싶다.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는 그것을 만들어낸 수준의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이성적인 사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거나, 독선적인 고집불통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우리사회를 들여다보면 중차대한 문제들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그 원인으로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바와 같이 문제를 만든 수준의 사고가 여전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편견과 제한된 지식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자신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교착 상태를 초래한 주체는 정치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권력을 잡은 현 정부의 인사들이든, 권력을 탈환하려는 야당의 인사들이든, 모두 자신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편견과 독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적대적이고 편향된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한 이들로부터는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다. 이들은 그저 습관적으로 소모적인 입씨름에 불과한 논쟁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광복이후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우리 정치 풍토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이들에게 과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정신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들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권력을 잡으면 그만이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이 틀림없다.

Ⓒ픽사베이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했고,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명으로 선정되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골드만 스쿨의 교수로 재직 중인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저서 『The Common Good』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악화된 근본 원인으로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Whatever it takes to)”라는 풍조가 만연하게 된 것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주도했던 워터게이트(Watergate)사건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권력을 장악하려는 풍토가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잭 웰치(Jack Welch)와 마이클 밀켄(Michael Milken)의 경영방식이다. 이들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이윤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풍조가 만연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잭 웰치는 한때 20세기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던 인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가혹할 정도의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으로 “중성자탄 잭”이라고도 불렸던 인물이다. 마이클 밀켄은 정크본드를 발행해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에 연루되었던 사람이다. 셋째는 루이스 파월(Lewis Powell)의 극우적인 선동(煽動)이다. 그는 기업 변호사였다가 닉슨 행정부 시절 대법관에 임명된 사람인데, 이른바 파월 메모(Powell Memo)를 통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정치, 경제 및 교육기관을 장악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인물이다. 이후 미국에서 전개된 상황은 정확하게 파월이 제안했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는 것이 라이시 교수의 진단이다.

비록 예전에 비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많이 퇴보했다는 인상을 주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여전히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가짜 뉴스가 범람하게 되면서 일반대중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득권자들은 오히려 이를 이용해 최대한 이득을 누리려 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와 같은 극단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견제함으로써 사회의 중심축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항력(countervailing power)이 형성될 수 없다. 이것은 일찍이 195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가 미국 자본주의의 현황을 분석하면서 역설했던 내용이다. 대항력을 바탕으로 한 상호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들이 합리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그러면 우리사회는 어떠한가? 대항력으로 일정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이 광고주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일부 언론인들은 자신의 입신을 위해 정치적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데 주된 관심이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담론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익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 골몰하는 위선적인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진실을 보도한다는 언론 본래의 사명에 충실한 언론인들이 보도를 주도해야 하는데, 이는 그냥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런 사명감을 가진 언론인들이 온·오프라인에서 긍지를 가지고 일하도록 유인(誘因)을 제공하는 사회적 인센티브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우리는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을 연마해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지, 그리고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판단하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정치인들이 막말을 삼갈 것이고, 관료들은 고정관념에 얽매인 정책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초불확실성과 초복잡성이 지배할 미래에 대비하는 정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의 노예가 되어 소모적인 논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우리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이 보다 이성적인 사고체계로 무장한다면 이들 또한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이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 이사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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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ylee11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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