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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food)를 찾습니다[박정애의 에코토피아]
박정애 | 승인 2019.05.09 11:33

[논객칼럼=박정애] 자식을 낳고 고민의 결이 바뀌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세상에 이렇게나 혼을 쏙 빼놓는 존재가 있을까. 내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 사랑스러운 아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전의 관념적이고 낭만적인 사고체계에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엄마가 된 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중에 제일 먼저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이 바로 푸드(food)였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 것인가? 음식이 바로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올바른 식재료에 대한 탐구와 추적이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진실들과 마주하기도 했다. 산업농이 발생하게 된 추악한 배경도 알게 되었다. 그 비극적 면모를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농법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픽사베이

유기농 식품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유기농은 생산량이 적고 그래서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화학 비료와 제초제를 묵인해준다. 또한 소농이 조금씩 재배해서는 부족한 식량문제를 극복할 수 없으니 대량으로 단일 재배하는 것이 옳다고 치부해 버린다. 그것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민들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농작물을 소량으로 조금씩 지어서는 도저히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기농이라니. 취미나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닌,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서 농업을 선택했다면 그런 농법은 자살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의 농업 운동가 반다나 시바가 쓴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라는 책에서는 그동안 감추어졌던 사실을 알려준다. 실제로 지구상에 생산되는 식량의 30%만이 산업 농에서 나오고 나머지 70%는 소농들한테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산업 농은 지구 자연 자원의 75%를 소모하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농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진실은 계속 은폐되고 산업 농의 신화를 지구인들에게 심어주는 주체는 누구이고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산업 농의 기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 때 화학전이나 생물학전에 대비해 각종 살상 무기를 만들던 회사들이 전쟁이 끝난 뒤 생존을 위해 방향을 돌린 곳이 바로 농업이었다. 그러니까 산업 농은 전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고, 사람 대신 흙이 그리고 수많은 곤충들이 대리전을 치러 온 것이다. 침묵 속에 토양은 병들어 가고 생물종의 75% 이상이 멸종되었다.

또한 이런 산업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들이 과연 식량 문제를 해결해 주었는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지구촌 10억 이상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다. 기아 해결의 핵심은 분배에 있지 생산량에 있지 않다. 1845년에 발생해 1852년까지 7년 동안 지속된 아일랜드 대기근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감자 잎마름병으로 인한 수확량 악화로 백만 명의 국민이 사망하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땅을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통계에 의하면 그 당시 아일랜드 인구의 3분의 1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시장에는 농산물이 넘쳐났고 심지어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먹을거리를 수출하기까지도 했다는 것이다. 다만 농민들한테 돈이 없었던 것이다. 즉 기아 해결의 키워드는 분배이지, 생산량의 증대에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아일랜드 대기근 문제의 원인을 통해 단일작물 재배의 위험성을 깨달을 수 있다. 감자 농사가 초토화 된 까닭은 바로 수확량이 높은 단일 품종 한 가지만을 재배했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순식간에 퍼져버린 것이다. 다양한 품종,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면 이와 같은 급속한 전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푸드(food)는 생명의 그물이다. 생명체 간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의 통화(通貨)이자 우리의 살과 피이다. 살생 무기의 세례를 받고 자란 농작물은 결국 돌고 돌아 우리 인간의 목숨도 노리게 된다.

이와 같은 산업 농의 허상과 그 이면의 음모를 깨달은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살리는 다양한 실천들을 해나가고 있다. 강양구, 강이현 님이 지은 ‘밥상 혁명’이라는 책에는 영국, 프랑스, 미국, 케나다, 일본, 인도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먹을거리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사례들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농민장터, ‘아맙(소비자가 소농에게 1년 치 생산 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것)’, 생활협동조합, 도시 텃밭, 종자 지키기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가계 지출비 중 식품 구매 비용이 높으면 가난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생명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 사람이라면 올바른 푸드(food)를 찾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으리라고 본다. 장바구니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채우려는 노력들이 흙을, 소농을, 생명 다양성을 살리는 거룩한 실천임을 명심하도록 하자.    

 박정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수필가이자 녹색당 당원으로 활동 중.
숨 쉬는 존재들이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향해 하나하나 실천해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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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boc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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