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역사가 짧지만, 성공한 식당 이야기 하나.
오사카 난바 4정목의 뒷길에 피에노(6633-0141)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네 개가 있다. 5-3번지에 있는 피에노(PIENO)가 본점이고, 근처에 세 개의 지점이 더 있다. 본점이 가게 문을 연 것은 불과 2년전. 장사가 너무 잘되어 1년에 두개씩 지점을 내서 불과 2년만에 총 4개의 식당을 거느린 그룹이 되었다. 이 가게의 매력은 너무 맛있다는 것, 너무 싸다는 것, 너무 분위기가 좋다는 것, 그리고 종업원들이 정확하게 서비스하고 친절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음식 가이드북 미슐랭가이드에서 평가하는 좋은 식당의 조건은 맛,분위기,서비스이다. 세가지가 모두 합격일 때는 검은 별 세 개, 맛과 분위기는 좋은데 서비스가 중간이면 검은 별 두 개에 흰별 하나, 이런 식이다. 미슐랭은 가게 문을 연지 불과 2년밖에 안된 피에노 같은 식당은 오지 않았지만, 아마 왔더라면 만점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싸고, 맛있고, 분위기 좋고, 서비스가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엄밀히 말하면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아니다. 우선 메뉴가 그렇다. 도톰한 도미회에 올리브유를 듬뿍 뿌리고 그 위에 천연 후추가루를 뿌린 요리, 대게와 도미머리에 파슬리, 피망과 감자 등을 넣고 거기에 덜 매운 일본 고춧가루로 끓인 대게탕, 호주산 소고기를 도톰하게 구워 거기에 초콜릿으로 데코레이션한 스테이크 등이 그렇다.
 
앞에 열거한 올리브유를 뿌린 도미회의 경우는 이탈리아에도 없는 요리이다. 왜냐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생선을 날로 먹는 지방은 없기 때문이다. 또 대게(일본식)에 파슬리(유럽식), 고춧가루(한국식)를 넣은 음식은 그야말로 음식의 국제연합이다.
 
그런데 음식들이 맛있고, 또한 가격이 충격적으로 싸다. 대게탕의 경우는 1200엔. 양도 무지 많아서 4명이 먹을 정도가 된다. 올리브유 도미회는 800엔.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인데 그것도 두 사람이 먹기에는 충분하다. 이 정도의 가격엔 우리나라에서도 먹기 어렵다. 이런 요리를 매일 40가지 정도를 준비하고, 금일 추천요리를 6개정도 내놓는데 한결같이 입에 착 붙을 정도로 맛이 있다.
거기에다 이탈리아 와인 한병의 가격은 보통 1300엔 정도.우리 돈으로 2만원이 채 안된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게 아니다. 그들이 엄선한 와인의 맛은 가격에 비하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다.
이렇다 보니 이 식당들은 연일 만원. 저녁 7시가 넘어가면 앉을 자리가 없어 대기해야 한다.
손님의 대다수는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병이거나 지갑이 얄팍한 대학생들이다. 값은 싼데 맛있고, 분위기 좋고 양도 많으니 손님이 없을 턱이 있는가.
 
 

 
이 가게의 창업주는 우에니시 히로타이(55)씨. 불경기 일본에서 어떻게 하면 주머니 가벼운 샐러리맨들에게 싸고 맛있는 요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낸 식당이 피에노였다. 문제는 싸고 맛있으면서,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 그는 고심 끝에 답을 찾았다.
 
우선 임대료가 싼 뒷길에 가게를 냈고, 재료는 비싼 일본산 대신 외국산을 쓴다는 것, 와인은 본인이 직접 맛을 보고 고르는데 저가이면서도 맛이 좋은 것으로 선별한다는 것, 종업원들의 급료가 싼 대신 일을 잘 하는 종업원은 신규점포의 점장으로 발령을 낸다는 것이었다.
대게의 경우는 러시아산이고, 도미는 알라스카산, 채소는 중국산, 스테이크는 호주산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에니시씨 자신이 30년 가까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료가 엄선되다 보니 항상 신선하고 맛이 뛰어나다.  
 
우에니시씨는 이탈리아 유학 경험도 없고, 현지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운 적도 없다. 그러나 이탈리아 본토 요리를 응용,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 값이 싸다 보니 이익은 아주 박하다.
그러나 종업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 정말 열심히 일한다. 여기서 열심히 하면 머지않아 지점의 점장으로 나가고, 급료도 오르며 자신의 책임 하에 가게를 경영하면서 인센티브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2호점이나 3호점의 점장이 모두 그러한 케이스이다.
 
한국은 인구 350명당 식당이 하나씩 있는 나라이다. 그러면서도 맛있고, 값이 싼 식당이 드물다. ‘천하의 부엌’이라는 오사카에서 요즘 가장 성공한 식당인 피에노. 우리도 배워봄직 하지 않은가.
/논픽션 작가, <일본의 상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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