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문제로 시끄럽다. 정부가 마련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 때문이다. 특히 경찰의 반발이 강력하다. 일방적으로 검찰의 지배를 받는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야당인 민주당 역시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정을 주도한 국무총리실은 원안대로 밀고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가 어떻게 결말을 보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국민들로서는 검-경의 갈등 자체는 큰 관심이 없다. 그것보다는 이들 권력의 일방적인 횡포를 막고 인권을 존중 받으면 된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 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다. 특히 더 큰 권한을 행사하는 검찰에 대한 통제가 중요하다.

과거 우리나라가 군사독재체제 아래 있었을 때는 군부가 최고의 실력집단이었다. 군 출신 인사나 군의 지원을 확실하게 받고 있는 사람이 권력의 노른자위를 차지했다. 일단 이들의 눈 밖에 나면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도 힘들었다. 정치와 행정은 물론 사람의 가치관까지도 군의 입김이 가장 거셌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는 달라졌다. 군의 입김이 줄어든 대신 민간엘리트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 것이 법조인이요, 특히 검찰이었다.

우리나라의 법조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 좋다고 하는 사람들의 상징이다. 그것은 고시라는 양성과정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이른바 공부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주로 법대에 진학해서 고시에 합격하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했다.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그렇게 떠받들어줬다.

고시에 합격한 다음에는 출세길이 열렸다. 판검사라는 화려한 자리가 기다려주고 그 다음에는 변호사로서 데뷔해서 큰돈을 번다. 때로는 정치권에 들어가 노른자위를 차지하곤 한다. 현재의 집권당인 한나라당에는 여러 종류의 직업 가운데 법조인 출신이 가장 많다. 현직 대표와 전직 대표도 법조인이다.

한마디로 법조인은 부와 권력을 모두 지니게 된다. 어느 사회에서나 부와 권력을 모두 지니는 직종은 아마 법조인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토크빌은 법조인을 가리켜 민주주의 사회의 귀족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경향이 특히 심한 것 같다.
 
법조인 중에서도 검찰은 이들 법조인이나 법조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된다. 역시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판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건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신중한 지성과 아울러 청정한 마음이 중요하다. 하지만, 검찰에게는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검찰에게 중요한 것은 오히려 권력이다.

그러므로 검찰은 잘 드는 칼이다. 그 칼은 선의로 사용하면 유용하지만, 악의를 갖고 사용하면 흉기로 돌변한다. 멀쩡한 사람도 상처 내고 피흘리게 만든다.

검찰은 법을 집행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해석하고 시민을 살리고 죽일 권한까지 갖고 있다. 민주국가에서는 국가원수도 갖지 못한 권한을 검찰은 갖고 있는 셈이다. 사법부의 견제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견제는 멀고 권력행사는 가깝다. 아무리 죄가 많은 사람도 검찰이 봐주면 행복하고, 아무리 선량한 사람도 검찰이 미워하면 곤욕을 치르게 된다.

다만 한 가지 과거 군부와 다른 것이 있다면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군부는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기도 했지만, 검찰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대신 정치권력과 호흡을 맞추며 때로는 충성까지 해야 한다. 이것이 유일한 조건이다.

이 조건만 맞춰주면 된다. 정치권력의 뒷받침만 있으면 검찰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고, 떨어진 새도 다시 날게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이같은 권세를 더욱 강화시켜준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들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이런 이치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그것은 경험이 가르쳐준 진실이다.

이런 진실 덕분에 검찰을 개혁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 힘을 받아가고 있다.  그래야만 법집행의 공정성이 확보되고, 검찰을 통한 정치권력의 자의적 법집행을 막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군부가 휘두르던 권력은 너무 비정상적이어서 눈에 보였다. 그렇지만 검찰이 누리는 직접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언제나 상식과 논리를 가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파급효과는 지대하다. 그리고 지속적이다. 

보이지 않을수록 더욱 무섭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다. 민주주의의 성숙과 완성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 무서운 권력을 적절한 선에서 통제하고 다스리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편집장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