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한 대통령 서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강행처리됐지만, 이에 대한 반대여론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대론 가운데는 해묵은 것도 많고, 막상 발효를 앞두고 새삼스럽게 “이것은 곤란하다”고 느껴서 제기되는 것도 있다. 그것은 경험을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하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경험해보니 비로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적지 않게 생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안에 서명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정식으로 발효되면 또다른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그러니 이번 비준안에 대해 좀더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약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서명돼서 발효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것을 지금 일일이 예측하기 어렵다. 협정이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등 워낙 다방면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전개과정은 칠흙 같은 어둠에 싸여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제한된 시야로는 모두 다 알기 어려운 것이다.

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라인강 건너편에 있는 게르만의 숲을 보고는 더 이상 진격을 포기했다. 그 숲 속에 무엇이 있고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세계를 벌벌 떨게 했던 카이사르마저 게르만의 이런 결정을 내렸지만, 그 이후 몇몇 로마 장군이 게르만 숲 속 깊숙이 진격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결과 군단 전체가 궤멸되는 비극을 맛보았다.

과연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진중하게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안 통과 후 연일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이번주에도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 자신의 말처럼 옳은 일이라면 해야 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정말로 이 나라에 유익한 것이라면 서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준안을 좀더 심사숙고하라는 것은 이런 반대시위에 굴복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으니, 그것이 정말로 옳은 일인지 좀더 세심하게 검토해 보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비준안을 내년 1월부터 발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 기일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결코 중요한 것은 아니다. 좀더 깊이 생각해 보고 그래도 그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되면 그때 가서 서명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또 비준한 서명 이전에 투자자정보소송(ISD) 제도의 폐기 또는 ․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시도해보는 것도 결코 무리한 일은 아닐 것이다..게다가 우리와 달리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맞게 국내법을 충분히 손질했는지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협정에 맞게 국내법을 상당히 고쳤는데, 미국은 아직도 충분히 상응하는 국내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가 먼저 서명하고 발효시키면 미국이 더 이상 손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협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우리가 협정을 파기하거나 개정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한미관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이 나라 국민들의 삶과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만큼 중차대한  결정이다. 때문에 아무리 숙고를 거듭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요구와 주장이 야당은 물론 일부 전문가들로부터도 제기되고 있지만, 최종결정은 역시 이 대통령 자신의 몫이다. 이 대통령이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굳이 서명을 한다면 이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 절차만 마치면 다시는 돌아설 수 없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운명을 걸고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지만 국내 정치적인 책임까지 모면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최종결정에 대해서는 내년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결산을 하자고 요구할 것이다. 그 결산은 이 대통령 자신이 아니라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이 떠맡게 될 것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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