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인문사회 서적으로는 보기 드물게 100만권 넘게 팔렸다.  올해 들어서는 팟캐스트 인터넷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가 역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방송을 주도하는 김어준씨는 이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박근혜와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져 두자리수에 진입했다.

최근 들어 나타난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한국 사회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모두가 허전함을 느끼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된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모두가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갈망하고 희구하고 있는 것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그토록 관심을 끝 것은 결국 정의에 목말라 하는 시민들의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물론 100만원 넘게 팔리는 데는 마케팅을 위한 여러 가지 방책이 동원됐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도, 정의라는 묵직한 주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모두가 나름대로 행복을 느끼며 산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그렇게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책이 나왔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 나라와 사회에 정의가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책이 그토록 큰 호응을 얻는 것에 대해서는 이런 역설적 현실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올해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1차적으로 날카롭고 재미있는 풍자 때문에 호응을 받고 있는 듯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시 충분한 설명이 안된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너무나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꼼수 없는 정치, 꼼수 없는 경제, 꼼수 없는 사회를 간절히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꼼수가 너무 심해졌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 경우도 역설적 설명이 가능하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꼼수 없이 매사에 진실하고 공정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면, ‘나는 꼼수다’ 같은 방송이 어찌 발붙일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안철수 대학원장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특별히 이상할 것이 없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은 그가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향유하는 것은 기존 정치현실의 역설적 반영이다. 기존의 정치가 당파적 이익만 앞세웠다는 현실을 시민들이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특히 무엇이든 집권세력이나 보수 언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복지포퓰리즘’이니 ‘좌파’라고 비난만 하던 보수정객들에게 시민들이 실망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편가르기에는 더욱 염증을 낸다. 편가르기는 그것을 취미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만 즐겁고 재미있을 뿐이다.

오히려 우리 국민들은 재정능력을 초월해서 과도한 복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식에 맞는 정치, 공정하고 자유로운 법치를 바랄 뿐이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설명한 것처럼 “정의로우며 자기를 기꺼이 희생하고 국민과 사회를 배려하는 정치를 염원하는 것”이다. 그런 상식과 정당한 배려를 간절히 목말라 하는 것이다. 안철수 대학원장이 급격히 떠오른 데는 바로 이런 목마름이 깔려 있다.

이에 비해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왜 이렇게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안철수 대학원장에게 도리어 밀릴까? 내가 그 이유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나 그 주변의 사람들이 깊이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근 들어 더욱 간절해지는 시민들의 갈증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목마름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처럼 될지도 모른다.
/편집장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