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황 전 경총 정책본부장]

[논객칼럼=최재황] 옛날에 읽었던 노동계의 자료에서는 산업혁명 초기 근로자들은 어린아이조차도 하루 18시간 일했다고 한 것으로 기억된다. 자는 시간 외에는 일했다. 그래서 노동운동이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운동은 하루 24시간 중 8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은 쉴 것을 요구했다. 이후 노동운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 투쟁의 역사라고 했다.

이처럼 초기 자본주의의 폐해에서 탄생한 것이 노동운동이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과 공산주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아슬아슬하게 같은 듯 다른 듯한 이념과 정책을 갖고 구동된다.

ILO(국제노동기구)가 구 소련이 중심이 되어 출범한 데에는 이런 면에서도 근거를 찾아 볼 수 있다. ILO에서는 근로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많은 협약을 체결하고 회원국에 권유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핵심협약 8개이다. 8개는 아동근로 금지, 동등처우, 강제노동 금지, 결사의 자유 인정 등이다.

Ⓒ픽사베이

언뜻 보면 옳은 말이고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그런데 미국은 8개 중 2개만 비준하고 6개는 국내법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4개를 이미 비준 했는데 남은 4개를 비준하겠다고 지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큰일이다. 집권정당이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노동부는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 마치 부과되는 오더만 수행하는 것 같이 보인다.

ILO의 핵심협약은 성격상 두가지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각국 정부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되는 사항(아동근로 금지, 균등처우)과 근로자가 스스로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싸울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는 사항(결사의 자유 보장, 강제노동 금지)으로 나누어 진다.

그동안 우리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항목은 후자에 속하는 협약이다. 미국도 당연히 후자에 속하는 사항은 물론, 후자에 속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근로조건은 ILO 출범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동안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남은 부분이 작다. 하지만 후자의 사항을 비준하는 것은 경제·사회 전반에 심각한 혼란과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노동운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각국의 노동환경은 매년 개선되고 있고 ILO협약은 매년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있다. ILO의 8개 핵심협약의 비준문제는 오래된 것을 아직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는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필요성이 있는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근로조건은 많은 개선이 있었다. 경제·사회의 혼란을 무릅써야 할 정도의 수준이 절대 아니다. 반면에 우리 노동계의 투쟁력은 비교대상 국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여기에 ILO 핵심협약의 비준까지 더해진다면 근로조건 개선보다는 폐해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집단이기주의, 귀족노조 등의 표현이 일반화된데서 보듯이 우리의 노동운동은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자들의 노동운동이 되었다. 이 때문에 덜 받는 협력업체 근로자가 고통받고 있다. 자기들도 똑같이 무리한 요구와 투쟁을 하면 협력업체가 망하고 그나마 일자리도 잃을 우려 때문에 참는 것이다.

청년취업희망자는 취업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노동운동에 질린 업체는 해외에서 생산기반을 마련하거나 인력채용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택하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정치참여와 정치투쟁도 엄청나게 확대됐다. 이처럼 지금도 잘못된 노동운동의 폐해는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에 날개를 달아준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 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실업자가 노조원이 되면 어떤 활동을 하겠는가?

 최재황

 미래사회노무컨설팅 대표

 전 경총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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