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논객칼럼=황인선] 2018년 말에 대구 창조도시 포럼에서 발표를 하던 중에 ‘MCN’이란 말을 툭 썼다. 그러자 좌중이 빵 터졌다. 내 강의 중에 가끔 쓰는 말인데 ‘미친 놈(년)’의 약어다. 요즘 화두인 멀티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로 더 잘 알려진 약어지만 그걸 다른 뜻으로 썼더니 토론자였던 여성 대표가 포럼 마지막에 “나부터 대구 MCN이 될래요” 했다. 한 달 후 대구 여성 CEO 협회에서 강의 중에 MCN이라는 표현을 썼더니 또 빵 터졌다. MCN은 예상치 못한 시도로 조직(사회)을 깨우는 뜻밖의 사람을 뜻한다. “그걸 왜 해?” 소리를 밥 먹듯이 듣는다.

Ⓒ픽사베이

직장 밖의 MCN들

직장에도 MCN들은 여럿 있지만 그들은 비밀인사라 괄호치고 대신 직장 밖의 MCN들을 이 자리에 올려본다. 과천에 거리예술제를 만들고 타 도시에 확산시킨 임수택 감독, 그가 이사 간 가평의 자라섬 재즈 페스티발 인재진 감독, 거기서 가까운 남이섬에 상상나라 신화를 만든 강우현 부회장, 강을 따라 올라가면 춘천마임축제의 유진규 감독, 거기서 아래로 쭉 내려가면 평창 산골에 문화를 이식한 ‘감자 꽃 스튜디오’의 이선철 교수, 정동진 하슬라 아트월드를 만든 최옥영/박신정 교수 부부, 경북 청도를 명물 개그 도시로 만든 전유성, 거창 연극제의 이종일 감독 등이 있다.

바다를 훌쩍 넘어가서 제주도의 돌하르방 박물관을 만든 김흥수 소장,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를 간직한 돌 문화 공원의 O대표, 두모악 갤러리의 김영갑 사진작가, (‘폭풍의 화가’ 변시지 타운은 아직! ㅠㅠ), 홍대 앞에서 실험예술제를 하다가 서귀포로 옮겨 재현 중인 김백기 대표와 이정희 단장, 다시 육지로 돌아오면 지리산에 환인 환웅 환검을 모시는 삼성궁을 세운 한풀선사, 박경리의 『토지』 최 참판 댁 마을을 재건한 하동의 O과장, 양평 리버마켓을 만든 안완배 감독, 서울 필동의 예술통 프로젝트 박동훈 대표, 성수동 대림 창고 O대표 등이 나로서는 떠오르는 직장 밖 MCN들이다.

이들은 ‘ㄲ’ 두음으로 시작하는 6가지 단어 즉 꿈, 끼, 깡, 꾀, 꼴, 꾼 능력을 가진 드문 존재들로서,

- 하고 싶은 것 또는 해야 하는 것에 대한 꿈(Mission)이 있었고
- 특정한 탤런트(Talent)를 살려
- 맨 몸으로 맨 땅에 시작해서 최소 10년 이상의 미친 노력 끝에
- 지역사회의 공감과 지원을 끌어내
- 문화 창조와 경제효과를 창출했으며
- 그들의 터전은 스토리 넘치는 명소가 되었고
- 수많은 지지자를 만들고 가치를 확산했다.

그들이 비록 한국을 쩌렁 울리는 거물급 명사는 아니지만 지역의 시그니처는 확실하고 그들로 인해 한국에는 누계 수천만이 찾는 보석 같은 명소, 명물들이 만들어졌다. 거리예술제는 점점 확산 중이며 남이섬은 한 해 280만 명(외국인 50만 명)이 찾고 삼성궁은 한국의 5천 년 이상 역사를 기억시킨다. 이것이 최근 30년 동안 일군 문화 MCN들의 성과다.

나는 한국의 스타트업, 젊은 마케터들이 이들 MCN 랜드에 가보기를 권한다. 이들이 수십 년 고단하게 세운 땅에서 창업정신, 발상의 전환, 가마솥 시간의 힘, 극복의 지혜를 듣기를 바란다. 미국 네바다 사막 플레야에서 열리는 버닝맨 페스티벌을 구글의 래리 페이지, 자포스의 토니 쉐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이 매년 참가하듯이, 스티브잡스가 애플을 만들기 전에 인도로 명상 수업을 갔듯이.

MCN은 외롭다. 그래도 그 놈의 꿈 때문에 뿔을 세우고 간다. 실패확률도 높다. 끼, 깡, 꾀를 써서 성공해도 독선적이라 매도되며 공은 왕서방이 가져가기 쉽다. 세상엔 밥 짓는 자, 밥 먹는 자, 설거지하는 자는 따로 있다는 진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대구 포럼에서 “나부터 MCN이 되어야겠어요”라고 했던 여자 대표분, 그래도 그 길 가실 거지요?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8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전 제일기획 AE/ 전 KT&G 미래팀장
저서< 컬처 파워> <꿈꾸는 독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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