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논객칼럼=김선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과 일반 소시민, 야당 모두 다르게 본다. 경제상황을 진단하는 기준이 현재의 재정건전성이나 당장의 무역수지 등 정적인 지표를 바라보느냐, 아니면 현재의 추세가 어디를 가리키느냐를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다르기 마련이다. 또한 숫자로 표시되기 이전의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꿈과 열정, 사업가의 투자의욕 등은 시간이 지나며 실물경제에 반영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반세기 잘살아보겠다는 국민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되던 최빈국의 하나에서 인구 5000만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세계 7개국의 하나로 올라선 요즈음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난 나라에서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갖는데는 평균소득이 증가하는 것보다는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매스로우의 욕구단계설로 잘 설명되고 있다.

Ⓒ픽사베이

통계청의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본인세대에 계층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가 2009년에 비해 2017년 크게 낮아졌다. 중간층과 하층에 속한 국민들이 계층상승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2009년 66.1%에서 2017년 42.1%로 크게 낮아졌다.

상위 20% 가구소득을 하위 20%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2018년 4분기 5.47배로 2003년 통계작성 이래 4분기 기준 최대치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세계화와 디지털화의 바람직스럽지 않은 부작용임에는 틀림없다.

2019년 5월 16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7년 사이에 해외로 빠져나간 제조업 일자리가 92만개라 한다.

3D 업종에서 일하는 걸 기피하는 현상으로 시작된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유입은 이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단이나 농촌이나 경제가 돌아가기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건설이나 용접 등 많은 기능직종에서 기술을 익힌 국내인력은 노쇄화하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기술자들이 메꿔간다. 불법 취업자를 포함하면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명을 훨씬 넘는다고들 한다.

복지 중 최고는 일자리다. 사회안전망이 서구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현실에서 정부는 8220억원을 투입해 2019년 6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미 1/4분기에만 54만개의 일자리를 공급했다. 그러나 대부분 월급 40~50만원의 1년 이내 단기 알바로 타깃도 노년층과 청년층이다. 4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60세 이상 노인과 15세에서 29세 청년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취업자가 줄었다 하니 정부가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건 아닌 모양이다.

국민들이 꿈을 갖게 하는 계층이동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들은 교육, 세제, 부동산가격 안정과 창업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 글에서는 정부가 고용안정과 복지를 위해 투입하는 재정지출과 관련한 범위로 좁히려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앞다투어 지원하는 복지성 재정투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노인층에 대한 일자리도 사회에 별 기여가 없고 참여자도 어색해하는 형식적인 일자리를 서둘러 만들다 보니 근로가치를 훼손시키는 모습이 만연해진다.

청년들을 위해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예로 들어본다. 공무원시험 준비나 대기업 취업을 위해 몇 년씩 시간을 낭비하는 건 국가로서도, 개인으로서도 낭비일 뿐이다.

취업시험 준비 비용을 대주기 보다는 일손이 부족한 농촌이나 기능직에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경험들이 쌓여 수입과 신분이 상승하는 길을 안내하는 기술경력발전경로지도를 만들어 알리면서 재정지원과 연계시켜야 한다. 민간기업과 협업하여 종합적인 경력관리를 가능케 하여 국가산업도 살리고 개인들에게도 꿈을 갖고 일하게 해야 한다. 기술인들이 기를 펴고 살아야 경제가 튼튼하다.

힘들어도 꿈이 있어 참고 배우며 일하는 분야가 있다. 주 52시간을 훨씬 초과해서 주 80시간 근무하는 수련의다. 수련의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격무에 시달리는 가혹한 현장이지만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고 기다린다.

힘든 기능직으로 훈련과 교육을 받고 열심히 일하면 훗날 기능장으로 소득이나 신분상승으로 대접받는다는 계층이동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꿈이 있을 때 미래를 위해 저축도 하고 오늘의 힘든 과정도 이겨낸다. 현재를 절제하는 국민이 늘어나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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