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픽사베이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주중에 산더미 같이 쌓인 일을 하고 주말에 등산을 하던 때가 있었다. 부서장의 취미가 등산이었고 내 특기는 충성이었다. 힘들게 산을 올라 더 힘들게 산을 내려와야 하는 ‘등산’의 의미를 전혀 모를 당시, 나는 최고급 등산화를 구매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산을 타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먹지도 않는 오이를 부지런히 챙겨 다녔다.

주말에 산을 타고 주중에 출근하면 책상 위 산더미 같은 일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일쑤였다. 피곤을 충전하고 맞이한 월요일은 곧 금요일이 되었고 마치 일주일 내내 산을 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내 직업이 산악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부서장이 바뀌었고 내 특기는 노래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나 또한 부서장의 위치가 되었고 별다른 취미는 없다. 그저 주말을 평온하게 보내는 것이 내 소원이었으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토.일” 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 문장에 아직까지 내 가슴이 시큰거리는 걸 보면 여전히 내 몸이 등산을 탔던 그때를 기억하는 것 같다.

“몸아, 이제는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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