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맛보려면 자연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맛을 진정 느끼려면 도심을 떠나 몇 시간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남양주에서는 그런 수고 없이도 자연을 품을 수 있다.
 
천마지맥 가장 북단에 자리 잡고 있는 주금산은 일명 비단산이라고 불린다.
비단산이라는 말만 듣고 주금산 임도를 비단길이라고 공지했던 날이 있었다.
남양주와 포천에 걸쳐 있는 주금산은 널리 알려진 산은 아니다.
서리산, 축령산과 나란히 있으나, 포천 방향의 베어스 스키장 뒷산으로 더 유명하다.
남양주시 수동면 비금계곡 초입에는 주금산을 비단산이라 표기한 등산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몽골 촌과 고로쇠 마을.       
천마산을 끼고 수동계곡을 따라 비금계곡으로 들어서면 천마지맥 가슴팍을 파고드는 것이다.
천마산, 철마산, 축령산, 서리산 그리고 주금산....
이들이 남양주에 천혜의 자연을 선물한다.
마석에서 천마산을 왼쪽에 끼고 가곡리, 수동을 지나면서 높은 산들이 보인다.
수동계곡과 비금계곡 물이 겨울 가뭄 탓에 실개천으로 바뀌어 있다.
몽골 촌을 지나면서 고개가 시작되고 선두와 후미 차이가 벌어진다.
고개정상에서 가쁜 호흡을 진정 시킨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운힐이 있기에 고갯마루는 높아도 좋을 성 싶다.
고개를 넘자마자 내리막길에서 속도계가 시속 50km에서 60km를 넘나든다.
그것도 잠시, 2km 쯤 내려가서 선두가 왼쪽 방향을 가리킨다.
식당 간판이 몇 개 보이면서 임도가 시작된다.
계곡물이 보이는 시점이 주금산임도 입구이다.
청석골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다. 골짜기의 깊이 때문일 것이다.
이름만으로는 꽤 깊을 것 같은데, 입구를 지나자마자 계곡물이 없다.
짧은 콘크리트길을 따라 10분 쯤 오르기 시작하니, 가파른 임도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임도 입구는 5부 능선까지 가파르다.
1/3쯤부터 임도는 맛을 더해간다. 맨 뒤를 따르는 묘미가 있다. 자연을 맛본다. 운동량은 약하지만 여유를 부린다.
임도와 벗이 되는 과정이 의외로 쉽다. 꼬부랑길은 느림을 느끼게 한다. 멈춤은 시작을 준비한다. 그리고 본다. “사각사각” 바퀴가 낙엽 위를 구르며 내는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오르락내리락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초보자들에게는 무리인 것 같다.
오랫동안 방치된 산림도로로 차량 바퀴 자국이 깊게 파여, 핸들을 자주 돌린다. 오히려 관리되지 않은 임도이기에 야성미가 흐른다.
거친 호흡과 맞물려 길가의 억새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환영의 인사를 한다.
거칠게 느껴지는 갈색의 풀들이 남성적이다.
찔레 가시가 허벅지를 찌르고, 나무에 걸린 온갖 잡풀이 고개를 숙이게 한다.
정상부터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완만하게 우리를 맞이한다. 깊게 파인 물웅덩이가 속도를 늦춘다. 시커먼 물이 고여 있지만 싫지 않다. 자연의 엑기스일 것이다.
갑자기 어두워진다. 나무들이 엉켜 터널을 만든다.
모두들 괴성을 지른다.
온갖 장애물들을 뚫고 다시 이어지는 터널을 몇 번 빠져나오니, 10km 임도, 끝.
그러나 작은 오솔길이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넘어지고 끌게 만든다.
온몸에 기름진 산 흙의 영양분을 뒤집어쓴 어른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2시간 동안 자연을 마시고 내려온다.
베어스타운과 베네스트 골프장 사이로 내려오는 길은 산악자전거의 묘미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현리로 향하는 도로는 겨울맞이를 하고 있다.
일찍 떨어지는 태양 아래 마을의 풍경이 스산하게 느껴진다.율길리부터 현리까지 질주가 시작된다. 35-40km 속도로 레이싱을 벌이는 무리들. 현리를 지나 우회전하여 다시 수동방향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달리는 패거리들은 모두 선수급들이다.
시속 35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뒤를 추월할 수 없다.다시 고개를 올라야 한다. 다리에 힘을 주지만 올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온 길을 다시 돌아 비금계곡으로 향한다. 고갯마루는 희망이다. 20분 쯤 심장이 터질듯이 페달질 하며 오르면, 그 이상의 내리막길 보상이 따른다.내방리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수동 마을의 짧은 자전거 도로로 들어선다.
지난여름 홍수로 파괴된 도로가 아직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마을마다 하천을 끼고 자전거 도로들을 만들어 놨는데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다시 축령산과 철마산 사이의 도로를 따라 마석으로 향한다.
좁은 지방도로를 달리며 차량 경적 소리에 갓길을 탓한다.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온 길을 돌아보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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