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청년칼럼=김동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지난 1995년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며 내세운 논리였다. 이 말은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심지어 국가에 반역 행위를 해도 성공만 하면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는 실제로 그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건 상식 수준이었지만 그는 대통령이었고 검찰은 면죄부를 줬다.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정권 교체가 되자 그는 똑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때의 검찰은 틀렸고 지금의 검찰은 맞는 것인가.

성공한, 혹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법도 관대하다. 범죄자가 의대생이라면 감형 사유가 된다. 한 순간의 실수로 미래를 망치게 할 순 없어서란다.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피해자의 학벌에 따라 형량이 왔다갔다한다. 이러니 모두가 명문대, 의대, 성공을 꿈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픽사베이

최근 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가 과거 학원 폭력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소속사에서도 퇴출되는 일이 있었다.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한 한 인디밴드도 멤버의 학원 폭력 사실이 드러나 그 멤버는 자진 탈퇴했지만, ‘대세 밴드’라 불리며 거침없이 상승세를 이어가던 밴드의 활동도 주춤해졌다. 그 오디션 참가자는 아이돌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된 연습생 생활을 버텼을 것이다. 오랜 고생 끝에 드디어 꿈이 현실화되기 직전, 과거 자신의 행동이 발목을 잡았다. 그 밴드도 마찬가지다. 약 7년간의 무명시절을 끝내고 인기 밴드로 자리 잡는가 했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학원 폭력 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은 자신은 아직도 그때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롭게 살아가는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TV에 나와 웃으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사람들은 학창 시절, 한때의 철없는 행동으로 오랫동안 꿈꿔왔던 많은 것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은 어린 아이들도 안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런 일을 저질러도 별 일 없이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죄책감 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왔을 뿐이다. 피해자들만 ‘억울하면 출세해라’라는 말을 곱씹으며 괴로운 시간들을 보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과거의 행동을 쉬쉬하며 넘어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번 일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과거의 잘못은 미래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이제 학원 폭력에 쉽게 가담하지 못할 것이다. 철없는 한때의 일탈로 치부하며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성공만 하면 과거의 잘못쯤은 슬그머니 덮고 지나가던 시절은 끝났다. 성공을 꿈꾼다면 거기에 걸맞은 과거와 현재가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정상사회다.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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