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 공격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일단 이 사건으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관을 비롯해 4명이 구속되었지만, 사건에 대한 의문은 꼬리를 물고 계속 일어나고 있다.
배후에 누가 있으며, 무엇을 노리고 했는가? 배후가 있다면 단순히 10/26 재보궐선거만 겨냥해서 했을까? 혹시 내년까지 바라보면서 준비된 것은 아닐까?
 첫째 의문은 최 의원의 공아무개 비서관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일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사상황이나 정황 등을 종합해 볼때 단독범행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범행을 위해서는 거액이 필요하고, 신변안전을 위한 뒷수습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뒷받침이 없이는 그 누구도 나서기 어려운 일이다.

박원순 후보와 선거관리위원회를 모두 공격하기 위해서는 좀비 PC를 대량 확보해야 한다. 경찰조사 결과 이번 범행에는 대략 200대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당일 아침에는 한때 1500대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이런 규모의 거사를 위해서는 최소한 수억원은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9급 비서관이 단독으로 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금액이다.
 
비서관 공씨가 IT업체를 운영하는 강아무개씨에게 친분관계를 이용해 부탁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야말로 공허한 설명일 뿐이다. 잘못되면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충분한 금전적 보상과 신변안전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이들이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또 "공격을 실행한 강아무개씨가 벤츠 등 고급 승용차를 리스해서 타고 다닌 것도 대가성 있는 자금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다.

범행 당시의 정황을 살펴봐도 단독범행은 아니라는 것이 민주당 판단이다. 백원우 민주당 진상조사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 7명은 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씨가 10월25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강씨와 30통의 전화를 한 것 이외에 다른 사람과 20여통의 통화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0여통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 관계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배후를 규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아가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씨와 강씨한테서 현역 의원의 명함이 나왔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배후는 누구일까? 배후에 관해 아직까지 뚜렷하게 드러난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야당은 오랜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돼온 범행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이번 선거를 앞두고 투표소가 대거 이동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백원우 의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의 서울시 투표소 2218개 가운데 15%, 즉 332개 투표소 가 옮겨졌다고 밝혔다. 그것도 주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곳에서 이동이 많았다는 것이다. 변경된 투표소를 알기 위해서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되는데 다운된 것이 석연치 않다고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씨가 지인 명의로 차명폰을 사용해 강씨 등과 연락을 해 왔고, 구속된 사람들은 모두 최구식 의원 지역구인 경남 진주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최구식 의원의 해명에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최구식 의원이 한나라당 홍보기획위원장이었다는 사실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 의원이 홍보기획위원장을 맡은 이후 이번 범행이 추진돼 왔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이번 범행에 앞서 6~7개월 정도 준비해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 내부공모 여부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뿐만 아니라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도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유독 투표소 검색만 불통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선관위 내부의 공모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선관위의 로그파일 자료와 좀비피시 주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선관위는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획책했을까? 이번 범행을 위해 8월13일부터 좀비피시를 196대 준비해 왔다니, 단순히 10/26선거만 겨냥해서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추정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이 민주당의 주장대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단순히 10/26재보궐선거를 노렸다기 보다는 내년 총선 또는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주장대로 6-7개월 준비해 왔다면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6-7개월 전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나 대통령 선거까지 겨냥해 준비해 왔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런데 그 중간에 서울시장 선거가 뜻밖에 치러지고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우선 실행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디도스 공격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와 당선이 유력한 상대편 후보의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강행한 선거부정사건으로 3.15 사건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아직까지 가설일 뿐이다. 사건에 대한 치밀한 수사를 해봐야 전모가 드러나고, 이번 사건의 진정한 배후와 목적이 드러날 것이다. 아직은 수사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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