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논객칼럼=양원희] 금리인하 논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경기가 부진하고 인플레 압력이 없으니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자는 측과,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불안이 상존하고 금리가 이미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필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경기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주도해온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금리정책이 이미 경기조절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이 총재가 2014년 취임한 이후 금리인하를 과도하게(2.50%->1.25%) 단행했고, 2017년 이후에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놓쳐 여전히 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금리인하의 여지가 별로 없다. 더욱이 이 총재 취임 이후 가계부채가 1000조원 대에서 1500조원 이상으로 급증했고, 시중 유동자금 증가로 인한 부동산가격 급등이 금융불안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부진 이유만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없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결정에 있어서 정치논리와 여론에 지나치게 따라가는 성향을 보여왔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의 인적 구성도 정부와 기업 중심으로 돼있어 국민생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금리가 결정되는지 의심이 간다. 더욱이, 이 총재는 화폐개혁 논란을 야기시킨 가벼운 언행(?)까지 하면서 금융안정을 수호해야 할 금융정책의 수장으로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관련기사: 화폐개혁 관련 주식에 대한 우려

금리정책 실패로 금리의 경기조절 기능 상실 

이주열 총재는 2014년 취임 이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었다. 취임 시에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매파의 입장이었지만, 최경환 장관과의 회동 이후 기준금리를 2.50%에서 1.25%로 공격적으로 낮추어 통화량이 급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때 풀린 유동성은 경제를 활성화하기 보다는 부동자금화되어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되었고 지금까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17년부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무리 없이 금리를 정상적 수준으로 높여 경기조절 기능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금리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미국은 적극적인 금리인상을 추진하였음에도 우리는 소극적인 금리인상 시늉(0.25%)에 그쳐 미국과의 금리역전 현상을 초래했다. 이 총재는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도 저금리를 향유하는 데 빠져 있다가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지금같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여있다.

과잉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안정 위협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금리인하로 통화량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1000조원으로 추정되는 유동 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흐르기 시작했다. 2012-2013년에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던 부동산 가격이 2014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금리인상 시기를 놓침으로써 급기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다.

한은은 물가가 안정되고 경기가 부진할 경우, 단순 논리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여 유동성을 공급하였지만, 그 결과 부동산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해 금융안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간과했다. 한은의 정책 목표가 물가 안정에 있을 뿐 아니라, 금융안정에도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한은법 1조 2항). 무분별한 화폐공급이 물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자산가격에 영향을 주어 자산의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무리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 등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이주열 총재는 현재의 과잉유동성이 금융의 안정을 해치고, 국제경제 환경 급변과 부동산가격 폭락의 시기에는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며 실물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금융의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금리 0.25% 인하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즉, 금융안정이라는 정책과제를 먼저 고려할 때임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금리 결정의 편향성을 부르는 금통위의 인적 구성

한은의 금융정책에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는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의 인적 구성에 있다. 금통위 구성은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당연직이고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 재경부장관 추천 각 1인씩 3인,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은행연합회 추천 각 1인으로 구성된다. 과반수가 이미 정부관련 인사들이고 금융과 기업측의 인사들로만 구성된다. 금리결정이 국민의 재산분배와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인데,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구성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금통위 의사결정에 절대적으로 반영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완화 의견에 편향된 위원들만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런 제도적 문제점으로 인해, 금리결정과정이 국민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공정성이 있는 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주열 총재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을 인식하여 노동자와 서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입장을 아무리 견지해도 부족한데, 정부의 경기부양의지와 소수의 부유층과 기업과 금융계에 편향된 견해에 적당히 순응하는 입장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간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경기침체와 금리인하를 연결시켜 현재의 경기부진을 부양하기 위한 금리논쟁 수준에 머물면 안 된다. 이주열 총재의 취임 이후 진행되어 온 과도한 금리인하, 과도한 유동성 공급과 결과적으로 야기된 가계부채 급증, 시중 투기자금 확대, 부동산 폭등 등에 따른 금융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주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부동산 시장 급변, 실물경기 침체 가속 등으로 금융불안이 급속히 진행될 경우도 상정해 취임 이후 지속돼온 과도한 금리인하와 그 부작용을 치유하는데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뜬금없이 화폐개혁의 논란을 야기시키고 허겁지겁 논란을 잠재우는(?) 그런 시간적 여유가 없다.

금융불안과 실물경제의 침체가 깊어갈수록 정책책임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너무나 중요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금융시장이 이주열 총재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