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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학살 30주년…중국의 '역사 지우기'는 불가능하다[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유세진 | 승인 2019.06.04 11:15

[논객칼럼=유세진] 중국의 록 뮤지션 리즈(40)는 주로 중국의 사회악을 풍자하는 노래들을 불러왔다. 그런 리즈가 약 3달여 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리즈는 지난 2월20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쓰촨(四川)성 콘서트 투어 계획을 알렸다. 그러나 이틀 뒤 그는 손목에 붕대를 감은 사진을 웨이보에 올리며 투어 취소를 밝혔다. 예매됐던 입장권들은 모두 환불 처리됐다. 리즈의 노래들도 모든 중국 음원 사이트에서 일제히 사라졌다. 그는 마치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돼버렸다.

그가 부상을 시사하는 사진을 게시했음에도 이 때문에 공연이 취소됐다고 믿는 팬들은 많지 않다. 1989년 6월4일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중국의 정치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던 학생과 시민들에 대한 유혈진압 30주년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당국이 리즈의 공연을 강제로 취소시켰다는 것이 비밀 아닌 비밀로 나돌고 있다. 리즈가 중국에서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인 톈안먼 유혈 진압을 비판하는 노래들을 많이 불렀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30년 전 톈안먼 광장 유혈 진압 이후 이를 역사에서 지우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은 집요하게 계속돼 왔다. 지금도 그 강도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의 교과서에는 톈안먼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1989년 봄부터 여름 사이에 정치적 분란이 있었다는 간략한 문구 정도만 적혀 있을 뿐 그 내용 등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도 톈안먼이나 6·4와 같이 30년 전의 유혈 진압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들은 철저하게 삭제되고 있다. 외신 기자들의 취재도 봉쇄되고 있다.

중국은 왜 이처럼 톈안먼 사건을 중국인들의 뇌리에서 지우려는데 집착하는 것일까? 톈안먼 유혈진압에 대한 재평가는 바로 자신들의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도록 결정한 공산당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당독재를 계속하고 있고, 지난해 헌법 개정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며 '오류를 찾을 수 없는' 지도자로 떠오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절대적 권위에 흠집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의도된 기억 지우기'은 어떤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유혈진압으로 정치 개혁과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는데 성공한 중국은 경제 개발에 매진해 지난 30년 간 놀라운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고 고속열차와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등의 첨단기술에서도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다. 미국보다도 앞서 달 뒷면에 탐사로봇을 착륙시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등 우주 기술에서도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며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막강한 현금 보유를 앞세워 일대일로 건설을 구실로 세계에 대한 영향력도 날로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발전하는 시대에 자란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30년 전 일어난 사건의 진실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한다. 이들은 교육받은 대로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반혁명 위협에 정부가 정당하게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이 단절된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성공을 내세워 30년 전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정치적 소요를 진압한 것은 올바른 정책이었다. 그러한 결정으로 오늘의 중국이 있을 수 있게 됐다. 왜 아직도 중국이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말들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30년 전 중국의 톈안먼 학살을 옹호했다. 그동안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태도와 달리 이례적으로 당당함을 내비쳤다. 이는 이제 미국과도 맞설 수 있다는 중국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30년 전 정치 개혁과 민주화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중국 경제는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까? 역사에 가정은 소용없는 것이라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물질적인 삶이 개선되면 그것만으로 중국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경제적 발전과 달리 중국의 정치는 오히려 톈안먼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지적들이 많다.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족 무슬림들이 직업훈련이란 명목으로 강제 수용되는 등 인권 유린도 만연해 있다. 중국은 경제 개혁을 통한 삶의 윤택함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치 개혁은 탄압됐고 30년 전 많은 중국 국민들이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갈구했던 민주화와 표현 및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은 오히려 더 크게 후퇴했다.

게다가 30년 전 톈안먼 사태가 촉발된 근본 원인을 중국은 잊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스스로 도입한 경제 개혁이 더많은 개방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에 불을 붙였기 때문에 민주화와 정치 개혁 요구가 나오게 된 것이다. 지금은 공산당이 중국 사회에 만연시킨 공포의 정치로 이에 대한 욕구가 숨을 죽이고 있을지 몰라도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30년 전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이었던 장리판은 최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톈안먼 사건은 중국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톈안먼 이전의 중국은 발전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톈안먼 이후 중국은 강하고 정상적인 나라, 정치 개혁을 통해 안정된 국가가 될 것이란 희망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톈안먼 유혈 진압 당시 중국군 장교였지만 유혈 진압에 반대했던 장린(66, 여)은 최근 중국을 떠난 뒤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톈안먼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이 30년 전 유혈에 대해 속죄하지 않는 한 중국의 안정과 번영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매년 30만명이 넘는 중국 학생들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진핑 주석의 딸도 포함돼 있다. 또 많은 교수들과 고위 관리들이 외국에서 공부한 뒤 귀국하고 있다. 공산당의 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함께 서구의 가치도 함께 유입된다. 이념 통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지우기는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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