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5일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은 당 해산론에 가까운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6일에도 원희룡 전여옥 차명진 등 10명의 의원이 모여 당을 해산하는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재창당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때 무성하던 쇄신론이 자취를 감춘 듯하더니 이제는 더 극단적인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쇄신론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갑자기 터진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사건 때문에 무산되기도 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의 말처럼 지금 쇄신론보다 디도스 공격 문제가 더 급해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쇄신론은 이제 설자리가 없게 돼 버렸다.

한나라당 안팎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6일 의원 10명의 성명에도 “한나라당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의원은 탈당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디도스 공격사건으로 인한 국민의 지탄이 하늘을 찌를 듯하니,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위기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10/26 재보궐선거를 통해 이미 드러났다. 그래서 선거 패배 후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쇄신론이 분출했었다, 정태근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 25명은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기조의 획기적 변화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대담한 행동도 어느 새 쓸려고 말았다.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 통과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10/26선거후 한때 한미 FTA비준안 처리의 동력이 상실되는 듯했다. 한나라당의 패배감이 짙었던 데다 민심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당장 한미FTA 비준을 강행한다는 것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의 패배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을 의미했다, 때문에 상당수 의원이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결행’을 계속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이런 요구에 끌려다녔다. 결국 한나라당은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는 사이 한나라당은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고 만 것이다. 당쇄신과 국정기조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더 시급한 과제를 놓치고 만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제는 사이버테러라고 하는 치명적 상처까지 입고 말았다.

이 사이버테러 사건은 일과성으로 끝날 일도 아닌 듯하다. 앞으로 상당기간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고 존립을 위태롭게 할만큼 가공할 사건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최구식 의원 비서관 개인의 범행으로 몰아가면서 당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부터 빠져나오려고 서두를수록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경찰 수사는 도마뱀꼬리 자르기로 넘긴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검찰수사 과정이 있다. 물론 검찰수사에서도 비슷하게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국정조사 또는 특별검사 수순이 기다린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끝없이 이 사건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는 사이 해는 바뀌고 총선은 다가온다.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쇄신기회를 잡아보지도 못한 채 선거를 맞이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참담한 결과를 내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자기쇄신을 통해 면모를 완전히 바꿔야 하겠지만, 그럴 틈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괜찮지만, 그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보인다.

결국 한나라당에 남은 것은 성난 민심의 흐름 속에 그저 둥둥 떠내려가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 한마디로 난파선 같다. 이름만이라도 바꿔볼 수는 있지만, 그런 잔꾀에 넘어갈 우리 국민은 없다. 그러니 한나라당에게 남은 선택이라곤 극히 제한돼 있는 셈이다.

이번 사이버테러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한편 스스로 혁신하는 것 뿐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과의 결별도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것 외에는 지금 조금이라도 민심을 되돌릴 길은 거의 없어 보인다.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0/26선거후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당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는 스스로 혁신하거나 민심에 의해 혁신당하거나 둘 중의 하나뿐이다. 어쩌면 혁신을 위한 시기와 기회도 이미 놓쳐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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