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동이] 은퇴행렬에 속속 가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 그러나 퇴직금 몇푼 쥐어갖고 나와도 막막합니다.

'60 전후 나이에 이 돈으로 남은 30년 어떻게 사나? 뭐라도 해야 할 텐데...마땅한 기술은 없고, 치킨집이나 한번 차려볼까?' 

대체로 이런 생각 하게 돼있습니다. 뭐 남들과 다른 기술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나마 하기 쉬워 보이는 프랜차이즈 창업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0순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일찍이 기술을 배운 이들은 은퇴라는 게 없습니다. 전기나 에어컨, 보일러 등 설비기술만 갖고 있어도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대학문턱이라도 들락날락하고 가방끈 긴 체했던 ‘베부서생’들만 나와도 별로 할 게 없는 겁니다. 집안에 있는 형광등 하나 제대로 갈지 못하고 못질 하나 못해봤으니 회사 나온다해도 마땅히 할 것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생각하는 게 치킨집이나 편의점 같은 겁니다.

그러나 '치킨은 내가 튀기는 것보다 남이 튀기는 게 맛있습니다'  어느날 카톡으로 올라온 이 표현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섣불리 자영업하지 말라"는,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었던 까닭입니다.

Ⓒ픽사베이

퇴직한 동료가 어느날 동이가 한두번 자영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들었는지 물어왔습니다.

-동이야! 너 전에 피자집도 하고 김밥집도 해봤다면서? 내가 이번에 치킨호프집 하나 할려고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

“무슨 치킨 호프집인데?”

"치킨 튀겨서 일부 배달하고 홀에서 500cc 맥주파는 집이지 뭐..."

“그래? 쌔고 쌘 게 치킨집인데...잘 생각해보고 해라~~응?”

"잘 생각하고 하는 거야~~~"

“창업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데?”

"인테리어 비용에다가 기존 점포 권리금 좀 깎아서 인수하고 보증금까지 합치면 한 2억원 쯤 들어가~"

“그렇게나?~~2억원은 있냐?”

"그런 돈이 어디 있냐? 집 담보로 대출받아야지...”

“그 돈을 다 대출받겠다?~~~~정 할 생각이라면 잘 따져보고 해라!“

그러면서 그 친구에게 업종 특유의 리스크와 권리금,원상복구 등 임대문제를 얘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얼마뒤 그 친구가 치킨집을 오픈했다고 연락이 와 축하 겸해서 몇몇친구와 함께 갔습니다.  10평 정도되는 홀엔 손님이 제법 북적댔습니다.

“장사 잘되네....”했더니 친구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좀 찬거야.평일엔 많지 않아...”

“수지는 맞냐?”

“수지? 겨우 내 품값 나오는 정도야...그나저나 좀 걱정이다~”

그리고 창업 1년쯤 지나 가봤습니다. 홀안에 손님이 전보다 적었습니다.

“요샌 어떠냐?”

“큰일 났다~그때 니말 듣고 치킨집 차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떤데?”

“내 품값도 안나와...그래서 주방아줌마 정리하고 내가 치킨 튀기고 있다...”

그러고보니 주방 아주머니 안보였습니다. 친구하고 알바 1명뿐이었습니다.

“그래? 계속 버텨야 되는 건가?”

"아니야! 내놨어...내놨는데 보러오는 사람도 없고...임대료에 관리비까지 적자만 쌓여간다..."

한숨만 푹~푹~ 내쉬었습니다. 점포가 나가도 인테리어비 등으로 들어간 1억여원은 회수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냥 있었으면 까먹지는 않았을 텐데, 몸고생하고 돈까지 털어넣게 생긴 겁니다. 하도 벌이가 안되고, 점포도 나가지 않아 틈틈이 투잡까지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치킨은 ‘남이 튀기는 게 맛있다’는 건 통계로도 입증됩니다. KB금융그룹이 낸 'KB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영업 중인 치킨집은 전국에 약 8만 7000개나 됩니다.  2017년 5900개의 치킨집이 창업한 반면 8900개가 문을 닫았고 지난해에는 6200개가 창업하고 8400개가 폐업했습니다. 최근 4년 연속 '폐업하는 치킨집이 새로 생기는 치킨집'보다 많으며, 경쟁이 치열해 가게당 영업이익도 2015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던 치킨집이 장사 안돼서 접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되면 권리금 받고 넘길 수 있지만 잘 안돼서 사업 접으면 권리금 고스란히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다른 사람한테 넘기지 못하고 임대계약 끝나면 '계약서상 임대공간 원상복구 조항'에 따라 폐기물처리비용도 발생합니다.  이러저런 리스크 무시하고 창업했다간 폭망하기 십상인 현실입니다.

동이 집 근처에 있는 상가 점포들도 요즘 간판이 계속 바뀝니다. 안경점이 들어온 지 얼마 안돼 낙지집으로 바뀌었습니다. 3년정도 영업하던 설렁탕집이 철거하고 그 자리엔 짬뽕집이 대신 들어왔습니다. 이 짬뽕 집도 1년이 안돼 다른 중국집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대로 장사되는 곳이라곤 횟집 정도입니다.

한집 건너 편의점, 한집 건너 치킨집, 호프집, 음식점...한편에선 베부세대들 뭐 할 것 없나 불나방처럼 빈상가,장사 안되는 상가로 몰려듭니다.  간판이 자주 바뀌니, 내부 철거하고 새로 단장하고...이 틈에 그나마 장사가 되는 업종은 폐기물 처리와 인테리어업 정도입니다.

서글픈 대한민국 창업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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