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 스포츠와 3분 과학]

[오피니언타임스=이상주] 메이저리그 최고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류현진(LA다저스)의 승승장구 비결은 무엇일까. 류현진은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3-1로 앞선 상태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나 불펜 투수의 부진으로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8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류현진은 2회 말에 아쉬움을 남겼다. 1사 후에 콜 칼훈에게 던진 시속 128㎞ 커브가 홈런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4월 2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 이후 8경기 45일 만에 내준 아치다. 이 홈런으로 지난 5월 26일부터 계속된 무실점 행진도 19이닝에서 멈췄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류현진의 진가는 사이영상 후보로서 손색이 없었다. 5회 2사 1,3루와 6회 2사 1,2루에서 상대 타자를 거푸 삼진 처리하는 위용을 과시했다. 그의 성적은 9승 1패로 메이저리그 다승 공동 선두이고, 방어율은 1.36으로 단독 1위다.

Ⓒ픽사베이

투수의 성공 조건은 구종, 제구력, 구속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류현진은 포심, 커터,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볼을 던진다. 특히 여러 구질의 볼을 같은 폼으로 뿌린다. 제구력은 볼넷이 2게임에 1개꼴에 불과할 정도로 빼어나다. 단연 메이저리그 1위다. 타자들이 그의 볼을 치기가 극히 힘든 이유다.

이에 비해 구속은 평균 90.5마일(146km)이다. 요즘 최고 시속은 경기마다 다르지만 93마일(150km) 안팎이다. 이 같은 스피드는 다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직구 평균과 비슷하다. 빅리그 주전 투수 중에서는 볼 스피드가 느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을 절묘한 제구력과 스피드의 변화로 타자를 처리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류현진의 성공은 빠른 볼을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속 150km 전후의 속구를 뿌릴 능력의 그는 여러 가지 볼에 스피드 변화를 주기 때문에 타자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빠른 공을 뿌릴수록 자책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 안팎의 쾌속구 투수를 경쟁적으로 영입하는 이유다.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는 18.44m다. 그러나 투수의 손을 떠난 볼의 비행거리는 2m 정도가 짧은 16.44m 전후다. 투수가 마운드 맨 앞 쪽을 밟고 긴 팔을 쭉 뻗어서 볼을 뿌리는 결과다. 만약 투수가 상체를 홈 쪽으로 최대한 끌고나가 던진다면 타자와의 거리는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시속 145km 내외의 볼은 불과 0.411초 정도에 타자 앞으로 지나간다. 150km 이상의 강속구는 홈플레이트 통과 시간이 채 0.4초도 안 된다.

반면에 우수한 타자들의 반응시간은 0.2~0.3초다. 특급 타자의 반응 시간도 0.2초를 돌파하기는 어렵다. 이는 타자가 눈 앞 10m 앞까지 온 볼의 구질을 파악해 0.2초 내에 스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한 롭 렌은 1999년에 시속 165km의 볼을 뿌린 바 있다. 그의 공은 눈 앞 10m에서 0.15초 안에 타격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제구가 된 강속구를 타자가 완벽하게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이 150km대의 빠른 볼을 공략하는 것은 반복 훈련으로 쌓아진 경험과 예측력 덕분이다.

 이상주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장과 야구부장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세종대왕 자녀교육법, 세종의 공부법, 조선명문가 독서교육법 등 베스트셀러 1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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