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의 딴생각]

[청년칼럼=하늘은] 영화 기생충(봉준호, 2019)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의 위대함에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박수를 보냈다. 나 또한 박수를 보태기 위해 얼마 전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관람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부자와 빈자의 일상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빈자의 움직임, 표정, 냄새, 그리고 부자의 걸음걸이, 말투, 소품. 131분간 쏟아진 콘텐츠의 핵심은 ‘디테일’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 땅의 모든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던 것일까. 장면마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었고, 누군가는 보지 못하는 것을 또 다른 누군가는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넘나들었다. 곳곳에 로맨스도 묻어난다. 

영화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배우 송강호씨가 무언의 제스처로 ‘쉿’ 사인을 보내온다.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많은 분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네이버영화

그럼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해보겠다. 솔직히 말해서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없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교수가 세계경제 포럼에서 새로운 과학기술로 인류의 삶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선언 때문에 새로운 산업의 구분이 탄생한 것뿐이다. 그가 말한 인공지능, 로봇 등은 기존에 있던 기술이었고, 사물인터넷은 3차 산업혁명으로 언급되는 디지털기술의 진화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던 중 「콘텐츠가 왕이라면 컨텍스트는 신이다(박창규, 2018)」는 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그가 말한 골자는 2000년대부터 디지털혁명이 확산되었고 다양한 미디어가 서로 연동되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미디어에 담기는 내용물인 ‘콘텐츠(contents)’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콘텐츠의 소재인 개인의 ‘컨텍스트(context)’, 즉 의도와 맥락을 ‘기계’가 파악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구성의 핵심은 소재인데, 창작을 위한 소재를 기계가 발굴해주니 콘텐츠는 다양화될 수밖에 없고, 진정한 의미의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럼 다시 영화 기생충으로 돌아와보자. 기생충의 표면적 소재는 부자와 빈자의 일상이다. 하지만 장면 장면을 들여다보면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전방위적인 개념이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은 잠재적 관람객들의 컨텍스트를 사전에 파악하여 장면의 디테일로 승화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는 콘텐츠 창작자인 동시에 컨텍스트 분석가인 것이다. 감독을 꿈꾸었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의 광기는 ‘혁명’이 되어 세계를 뒤흔들었다. 

아무리 다양한 컨텍스트가 있어도 이것을 콘텐츠화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어느 누군가가 내가 만두가 들어간 매운 라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그 라면을 만들지 못하면 허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컨텍스트는 콘텐츠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컨텍스트는 기계가 파악하지만 콘텐츠는 인간이 만든다. 고로 기계는 인간에게 기생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드디어 인간이 주인공이 되었다.  

 하늘은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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