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검찰 구형·최후변론 예정


23대 농협중앙회장 불법선거 항소심 재판이 지난 13일 서울고법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김병원 회장과 농협중앙회 사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23대 농협중앙회장 불법선거 항소심 재판에서 김병원 회장이 사전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김병원 회장에게 형님으로 불린다는 김후진 경북 상주시 중화농협 조합장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출마를 권유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2015년 12월 30일부터 2016년 1월 11일까지) 전인 2015년 6월과 9월 김병원 회장 제안으로 두 차례 만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피고인 12명이 모두 법정에 모습을 보였다. 김병원 회장, 원석희 전 농협은행 서초지점장, 채희대 전 NH농협생명 사장, 마재량 전 농협유통 청과본부장, 김철래 전 농협중앙회 강릉시지부장, 김택수 국제뉴스 회장,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오흥석 전 농협중앙회 이사 등이다.

증인으론 김후진 조합장을 비롯해 임유수 세종중앙농협 조합장, 박창준 인천 옹진농협 조합장, 류광석 대전 유성농협 조합장이 출석했다.

김후진 조합장은 김병원 회장의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2015년 6월 김병원 회장과 중화농협 앞 다방에서 만나 출마를 권유했다고 했다. 그러자 김병원 회장이 ‘형님.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 제가 또 나가야 하나. 딴 얘기 하자’는 말을 했다고 했다. 석 달 후 다시 출마를 설득하자 ‘좀 더 기다려보자’는 답변이 나왔다고 했다.

김후진 조합장의 증언은 검찰에 나가 작성한 조서를 뒤집은 것이다. 그는 2016년 7월 검찰 조사를 받을 땐 김병원 회장이 입후보할 테니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이후 전화와 문자를 통해 ‘잘 부탁한다’, ‘열심히 하겠다’ 등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는 말을 했다고도 했다.

김후진 조합장은 진술 번복 사유로 담당 검사의 압박을 꼽았다. 검사가 상세히 쓰라며 진술서를 받아주지 않아 할 수 없이 김병원 회장이 지지 부탁을 했다고 적었다는 의미다. 김병원 회장과 전화하면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기억이 정확히 안 났지만 검사가 제시한 통화 내역을 보면서 작성했다고 했다.

검찰과 재판부는 김후진 조합장 증언에 의문을 표했다. 검찰은 “(김병원 회장과) 선거 얘기를 전혀 하지 않다가 증인이 다짜고짜 출마하라고 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라고 했다. 선거 논의가 자연스럽게 오가지 않았냐는 질문이다. 김후진 조합장은 “제가 그냥 출마하라고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병원 회장과 2015년 6월 이후 전화와 문자를 여섯 번 주고받았는데 이때도 지지해달란 말이 없었나”며 “두 분이 친한데 최소한 출마 결정은 알리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고 했다. 김후진 조합장은 “그런 얘긴 안 했다”며 “김병원 회장 출마는 신문이나 소문으로 들었다”고 했다.

다른 증인들도 김병원 회장을 옹호했다. 추천서를 써 달라고 해서 들어주거나 농협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을 뿐 지지 호소 등 사전 선거운동은 없었다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11일이다. 이날 남은 증인신문과 검찰 구형, 최후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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