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강
눈이 내릴 듯 한 날씨다.
겨울치고는 너무 따뜻하다고 호들갑 떨던 지난주와는 영판이 다르다.
실내에서 느끼는 태양의 온기는 따사로움 그대로...
자전거 전용열차를 타고 용문산을 끼고 동쪽을 도는 도로코스를 잡았다.
출발은 남양주시 마석.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달길리를 지나 피아노 화장실을 돌아 강변에 들어서니 강풍이 길을 막는다.
7인의 라이더가 찬바람을 뒤로 맞으며 금남리를 지나 양수리 방향으로 달린다.
운길산역, 장어 먹으로 몇 번 온 기억이 난다.
주말 오후면 역 근처는 장어구이 냄새로 가득한 곳이다. 
중앙선 전철 개통과 함께 역 이름을 두고 가장 말이 많았던 운길산역
인근에 있는 수종사 스님들은 수종사역을 고집하고, 다산정약용선생유적지 관계자들은 다산역이라 불리길 바랐는데 결국 등산객들로 인한 관광 수입을 위해 산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기차타고 가는 자전거 여행. 중년의 남성들이 소풍 나온 모습이다.
한패의 등산객들이 플랫폼을 빠져나오는가 싶더니 또 한 무리가 계속해서 나온다.
그때 나타난 서울팀, 8명과 합류하여 승강장에 오른다.
전철을 기다리며 온갖 포즈를 잡는 어른들을 승객들이 힐긋힐긋 보고 있다.
  
용문행 전철.
중년의 등산객들이 전철 안에 많이 남아 있다.
중앙선 전철 개통이후 팔당역은 예봉산, 운길산역은 운길산, 용문역은 용문산으로 가는
등산 열차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전에도 치악산, 소백산, 그리고 동해바다로 달리던 중앙선에 자전거를 싣는다.
양수리를 지나 남한강변을 달리며 기찻길과 자전거도로가 나란히 이어진다.
이번에 개통된 남한강 자전거도로다. 얼굴을 감싸고 달리는 이들이 손을 흔든다.
급하게 만든 저전거도로 이다 보니 양수리에서 양평까지는 아직도 곡선구간이 많은 위험한 구간이다.
그래도 여주 이포까지는 서울에서 논스톱으로 달릴 수 있어 많은 동호인들이 주말에 찾아오고 있다.
용문산 입구에서 청국장, 순두부로 배를 채우고 달릴 채비를 한다.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 싫어하는 표정들 때문에 계획을 수정한다.
단월을 지나 산음을 거쳐 모곡, 설악, 대성리, 마석으로 방향을 잡는다.
홍천방향으로 4km쯤 달린 후 왼쪽으로 들어선다.
바람이 거세지며 시속 20km를 넘지 못한다.
방향도 일정하지 않아 다리에 힘만 들어간다.
오랜만에 이방인을 보았는지 동네 강아지들이 모두 나와 짓는다.
 
첫번째 고개, 소리산 이정표가 보이면서 나온 고개이니 소리재 .
중턱에 다다르니 산음 휴양림 입구가 보인다.
임도는 아직도 습기를 머금고 있어 들어가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길가에 조각공원에서 다시 포즈를 취해본다.
 
산기슭 계곡의 물이 초겨울임을 알리고 있다.
길게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내리 달린다. 계곡이 점점 넓어진다.
그리고 만나는 홍천강.
방하리 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는 곳에 긴 다리가 있다.
계곡과 합류하여 모인 합강에는 아직도 낚시꾼들이 보인다.
그리고 강풍이 얼굴을 때린다.
몇 번 지나간 모곡리, 캠핑을 많이 다닌 누군가가 아는 척을 한다.
지난 여름 팔뚝만한 고기를 잡았다는 홍천강 모곡리이다.
바짝 마른 억새풀들이 강가에서 춤을 추고 있다.
겨울 강의 스산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전에 강둑에서 휴식을 취한다.
한서중학교를 지나 20분쯤 달리고 나니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구멍가게 주인이 밭에서 이랑을 고르다 느긋하게 걸어온다.
오랜만에 손님을 맞이한 걸까 할머니 말이 길어진다.
 

마지막 고개라는 널미재를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고개는 모두 고개이다.
뱅글뱅글 돌고 돌아 널미재 정상에 오르니 벌써 3시.
그러나 해는 아직도 넘어 가긴 이르다.
바람과의 전쟁, 정상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오랜만에 바람을 가르며 설악까지 길게 내려온다.
4km의 긴 내리막길에서 볼을 때리는 겨울바람이 차게 느껴지지 않는다.
해방의 카타르시스가 온몸을 스멀거리며 내려간다.
다시 애들이 되는 시간, 막걸리 한잔씩으로 목을 축이고 마지막 채비를 한다.
신청평대교에서 자전거 전용도로에 들어서니 바람의 세기가 잦아든다.
4대강 사업 구간이라는 팻말이 자전거 길에 뒹굴고 있다.
마무리 공사 중이지만 올해 안에 끝날 것 같지 않다.
군데군데 공사를 하면서 파헤쳐진 길을 거침없이 넘어가며 달린다.
말없이 줄 마쳐 달리는 자전거 무리가 아름답다.
같은 속도 , 같은 모양으로 강가의 숲길을 달리며 자연을 맛본다.
곧게 뻗은 대성리 길부터 두 갈래의 자전거길이 넓게 펼쳐져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시야가 훤히 보이며 겨울 강은 아래로 흘러간다.
대성리 유원지 그리고 고개 너머 새터 유원지를 지나면서 다시 차도로 들어선다.
몸은 힘들지만 머리는 맑게 깨어난다.
몸은 지쳐가지만 따뜻한 가슴이 하루를 소중히 간직하려고 한다.
구암리 고개도 고개, 모란공원 고개도 고개.
셀 수없이 넘은 고개들,
고개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다시 고개를 들고 고개를 넘는다.
마지막 고개를 넘고 나니 오늘의 해도 고개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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