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결국 물러났다.
홍준표 대표는 난파상태의 한나라당을 혼자의 힘으로 구해보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최고위원 3인은 이미 동반 사퇴해 버리고 남은 사람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니 홍 대표 체제는 저절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8일에는 홍 대표가 독자적으로 한나라당 쇄신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한나라당은 물론 민심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홍대표의 힘으로 구하기에는 한나라의 병과 위기감이 너무 깊어졌던 탓일 것이다.

사실 최근 한미FTA 강행처리와 종합편성 채널의 개국,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공격 사건 등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심각해졌다. 한나라당은 10/26선거 패배에 따라 쇄신요구가 비등하는 가운데서도 엉뚱하게 한미 FTA 비준에 매달리느라 쇄신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다 보니 홍준표 대표의 ‘열정’만으로는 도저히 어찌해볼 수도 없게 됐다.
 
그럼에도 홍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따른 민심이반의 화살을 마지막까지 온몸으로 대신 맞았다. 그가 버틴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임기말과 한나라당의 생존을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홍 대표의 사퇴는 단순히 그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홍 대표가 물러난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수문장이 항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명예롭게 지켜주기 위한 엄호물이 사라진 셈이다. 다시 말해 홍준표 대표의 사퇴는 곧 이명박 정부의 침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사태는 이미 한미 FTA 강행처리 때부터 예견돼 왔다. 김영삼 정부가 노동관계법 처리를 무리하게 했다가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지금까지는 그런 사태를 홍준표 대표가 온몸으로 잘 막아줬다. 그러나 디도스 공격사건까지 터지자 그의 힘도 다하고 말았다.

이제 한나라당은 다시 5년5개월만에 박근혜 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로 박 전 대표나 한나라당이 그녀의 복귀를 마다해 왔지만, 이젠 더 이상 좌고우면할 수도 없게 됐다.

박 전 대표가 조만간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서면서 당을 이끌고,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당대표와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겸직 금지 조항 등 당헌 당규상의 문제는 한나라당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당내 일정과 문제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가 재등장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가 관심사이다. 한나라당이 과연 달라질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홍준표 대표의 사퇴가 이명박 정부의 몰락이라고 한다면, 박근혜 대표는 이제 이명박 대통령을 ‘부정’하는 작업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해온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 특히 민심이반을 초래했던 여러 가지 문제를 재검토하고 원점으로 돌릴 것은 돌려야 한다.

이를테면 지난 1일 개국한 종합편성 채널에 주어진 온갖 특혜를 철회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검열도 포기하는 등 전혀 새로운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이 대통령이 이미 서명한 한미 FTA의 경우도 비준서 교환 이전에 다시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협정 발효를 너무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신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디도스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정부의 측근과 친인척 비리 문제도 신속하고 단호하게 척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는 자연스럽게 선을 긋게 될 것이다. 최소한 이런 몇 가지만이라도 분명히 해야 박근혜 전 대표의 재등장이 의미를 갖게 되고, 떠나간 민심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놓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그대로 두고 답습한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당의 이름을 바꿔도 소용없을 것이고, 당직자들을 100번 바꿔도 모두 헛일이 될 것이다. 떠나간 민심은 다시 돌아서지 않을 것이며, 싸늘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질 것이다.
 
때문에 지금 박근혜 전 대표의 어깨는 하늘을 짊어지고 있는 아틀라스만큼이나 무거울 것이다. 독배를 드는 심정일 것이다.

어쨌든 이제 이명박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고, 박근혜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분간이다. 물론 오래 갈 수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박 전 대표가 앞으로 하기에 달려 있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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