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세상읽기] 2019 U-20 월드컵 우승 놓친 아쉬움을 달래며

[논객칼럼=이계홍] 필자는 40년 전 스포츠 담당 기자였다. 이때 기자들끼리 나눈 한국 축구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잦은 백패스와 문전 처리 미숙이다. 뻥뻥 차는 ‘똥볼’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50년대 이후 한국축구의 고질인 위 두 가지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불행히도 이것이 아직껏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 U-20 대표팀은 이를 과감히 탈피했다. 폴란드에서 열린 2019 U-20 월드컵에서 60년 전통 고질인 백패스와 문전만 어지럽히던 ‘비비고 축구’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 세네갈 4강전에서 보듯 시원한 헤딩슛과 세트 플레이로 발끝에서 터뜨려지는 정교한 슛은 종전의 우리 ‘비비고 축구’를 뛰어넘는, 몇 단계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었다. 우리 축구도 그만큼 진화했구나 하는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픽사베이

우리나라 U-20 대표팀은 지난 16일 새벽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전반 시작하자마자 ‘막내 형’ 이강인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상대 선수에게 동점골과 결승골을, 후반 휘슬이 울리기 직전 또한번 쐐기골을 내주며 1-3으로 역전패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충분히 우승컵을 안을 수 있었는데 준우승에 머물러 아쉬움이 컸다.

불행히도 하필이면 대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우리의 옛 축구의 고질이 그대로 드러나 안타까웠다. 어설픈 백패스와 패스미스, 골 결정력 부재. 사실 우크라이나를 이길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행운을 얻어 결승까지 오른 팀이다. 유럽의 강호들과는 차이가 나는 팀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마도 단군 이래 가장 큰 행운이 따르지 않을까 하는 결승전이었다. 멕시코 청소년 월드컵 4강전 이후 36년만의 기회였으니 반드시 우승해서 아시아 축구가 세계를 경악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서였을까, 결승전 패배는 두고두고 아쉬웠다. 질 수 없는 경기가 아니라 이길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그것은 더 컸다.

그러면 앞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 우리 팀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 우크라이나 전을 복기하면서 대책을 생각해보자.

이날 결승전인데 한국 특유의 투혼이 보이지 않았다. 중앙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니 우크나이나가 맹활약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무더운 날씨 탓을 할 수도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양산을 쓰고 축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불리한 여건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대 세네갈 전의 투혼만 있었다면 이길 수 있었다고 본다.

여전히 백패스가 나왔다. 이러니 공격 진용을 갖추면 상대 진영은 벌써 수비태세를 갖추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수비 진용을 갖추기 전에 역습을 퍼부어 세 골을 얻었다. 쓸데없는 백패스나 백태그는 가급적 하지 말았어야 했다. 첫 실점에 한국의 에이스가 실수를 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공 처리 미스 하나가 한 골을 허용했다. 어이없이 당하면 팀워크는 허물어지기 십상이다.

정정용 감독은 결승전을 돌아보며 "선제골을 넣고 난 후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압박하면서, 하고자 한 것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키고자 한 것이 좀 아쉬웠다. 결정력도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 너무 쉽게 패털티킥을 얻어서 첫 득점한 것이 독이었을까. 이것을 지키면 이긴다는 수비 위주의 전환이 열세를 불러왔다. 세계 축구사를 통해 볼 때 역전승은 확률적으로 많지 않다. 첫 골을 먼저 올린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대신 지키려고만 하다 보면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우리 인생과 마찬가지로 축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정 감독은 결승전에 대비해 532전법을 구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42전법도 아니고, 433전법 등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것에서 탈피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결승전에선 확실한 구분이 없었다. 그렇다면 종전의 선수 배치에서 재미를 본 것을 그대로 적용해 임했어야 했다. 결승전은 실험하는 무대가 아니라 가장 자신있는 전법을 구사해야 한다.

공격 부분에서는 예전보다는 월등히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막내 형’ 이강인의 활약에서 얻어진 결실이다. 그러나 상대 선수가 두 명, 세 명 집중 마크할 때는 능력발휘가 안된다. 이럴 때 뒷받쳐줄 선수가 있어야 한다. 결승전에서는 이런 뒷받침을 해주는 선수가 없어서 매번 차단당했다.

조직적인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으로 연결되고, 매경기 골이 나온 것을 생각한다면 유기적인 공조체제가 좋은 점수를 가져온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같다. 그런데 프리킥, 코너킥, 드로인 이후 일어나는 조직적인 공격 전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성공하지도 못했다.

골 결정력 부분과 패스 전개에서 힘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렸던 부분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득점력과 매경기 나온 골을 생각한다면 결승전이 참 아쉬웠다. 정 감독은 날씨 탓이라고 했지만, 그렇다면 이런 날씨도 감안해 선수 교체 등 이를 극복할 전술을 구사했어야 했다. 물론 그러기 전에 전천후로 뛸 수 있는 기본 체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결승전에서 하필 수비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실점 장면을 돌아보면 실점할 위기가 아닌데도 어이없게 내주었다. 중원에서 공격을 끊는 장면을 볼 수 없었고, 수비상황에서 마크해야 할 선수를 제대로 차단하는 집중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책이 무엇인가. 두말할 것없이 한국 축구의 고질적 전통을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 공격에서의 골 결정력 향상과 조직력 강화, 빠른 패스전개와 기동력이 필요하다.

세 골 모두 허망하게 내준 것을 감안한다면 수비부분을 보강해야 한다. 이는 수비가 잘해서 되는 것이라기보다 중원에서부터 완성도 높은 협력플레이와 집중력을 잃지 않는 팀플레이가 보강되어야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수비란 전체가 하는 것이지 특정 포지션의 수비수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2019 U-20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높여주었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단군 이래 처음으로 가져올 우승의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놓쳤다는 것이 두고두고 아쉬워서 감놔라 배놔라 해본 것이다. 하긴 우리에게 있어 정치와 축구는 5천만이 모두 전문가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나라의 발전과 축구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이계홍

동아일보 문화부 차장, 여론독자부 차장

서울신문 수석편집부국장 통일문제연구소장

용인대 겸임교수,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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