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이 창간된지 이제 2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이 나라에는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정치에서 지각변동에 가까운 변화가 생겼다.
10/26재보선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자리를 빼앗기는 패배를 당했다. 서울시장 선거결과는 단순히 시장선거가 아니라 현재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심리가 작용한 결과였다.
 재보선이 끝난 후 민심의 흐름을 읽은 한나라당 내부에서 쇄신운동이 잠시 일어났다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문제로 묻혀버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6/3사태 이후 처음으로 강행처리했다. 강행처리 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시위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서명까지 마쳤다. 또 말많은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당국의 검열도 시작됐다.
 그 사이 나는 오피니언타임스의 편집장으로서 사안에 대한 냉정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어떤 사안이라도 100% 절대선이나 절대악은 없다고 믿고 특정 정파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에 흐르지 않도록 주의했다. 비판은 하되 매도하지는 않겠다는 기본원칙을 지켜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집권세력이든 재야세력이든 가리지 않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비판하기 위해 힘썼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논평하는 데 온 마음을 썼다.
 10/26 선거 때도 일부 매체는 특정 후보의 낙선에 초점을 맞추고 썼지만, 우리는 그런 당파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호 불호의 자세를 버리고, 최대한  중도적인 자세를 견지해 왔다.
 나의 사전에는 보수나 진보도 없고 좌와 우도 없다. 오로지 이 나라와 국민에 유익한가 해로운가가 하는 판단만 있을 뿐이었다. 또 우리가 굳이 평가할 필요가 없거나 비전문가가 논하기 어려운 사안에 관해서는 논평을 하지 않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를테면 한미 FTA의 경우 찬성론과 반대론의 의견이 제시되면 가감없이 그대로 게재했다. 다만 정부여당이 비준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그 이후의 민심이나 내년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그것은 반대론에 동조한 것이 아니었다. 이 나라의 장래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앞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한미 FTA에 매달리느라 정작 필요한 쇄신작업은 하지 못했다. 쇄신문제에 우물쭈물하는 사이 종합편성채널 개국 등을 계기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은 더욱 악화됐다. 그리고 마침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디도스 공격사건을 보면서 나는 사실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이번 사건을 보고는 도저히 중도적인 자세를 지키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사건의 진상은 앞으로 추가수사를 통해 진상이 더 드러나야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가지고도 집권 한나라당의 책임은 명백하다. 그러니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이제는 이명박 정부의 몰락까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파괴력이 워낙 커서 집권 한나라당조차 변명 한마디 하지 못하고 특별검사나 국정조사를 수용할 것임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하기야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대표까지 떠밀려서 물러난 마당에 무슨 할 말이 있을 것인가?
 이런 사건을 접하고 비판적으로 쓸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이 본의에 의한 것은 아니다. 집권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거나 매도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으니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하기가 어려운 줄은 예전에는 정말로 몰랐다.
 그렇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지켜 나갈 것이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을 작정이다. 이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만을 근거로 논평하고 비판하고자 한다. 오로지 진실 앞에 겸손하고 진실만을 받들고 섬길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수와 진보 등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의 갈등해소와 통합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것은 당장 인기 없고 어려운 길이기는 하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그것이 이 나라와 국민이 화합하고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는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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