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영화 <파리의 딜릴리> 스틸컷 Ⓒ네이버영화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미셸 오슬(Michel Ocelot)로 감독의 <파리의 딜릴리(Dilili in Paris)>를 보았다.

세자르 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다. 또한 이 영화엔 수잔 발라동,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툴루즈 로트레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등 위대한 역사 속 아티스트가 대거 출연한다.  

건축가, 과학자, 왕세자도 나온다. 이들과의 조우가 반갑고, 무척이나 즐겁다. 한 명 한 명만으로도 한 작품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에듀메이션(education+animation)’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딜릴리다. 딜릴리는 카나키 출신이다. 영화 속에서 딜릴리는 다른 인물과 다르게 피부가 까맣다. 물론 필자 눈에는 귀엽기만 하다.

한데 이 영화를 소개하는 몇몇 기사에는 딜릴리를 아프리카 출신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틀렸다.

얼굴색이 검으면 다 아프리카에서 온 것인가?

물론 그 글을 쓴 사람은 단순히 얼굴색 하나로 딜릴리의 고향을 아프리카로 단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대국 프랑스로 원치 않게 끌려온 듯하니 식민지 흑인을 연상했을 것이고, 그 대표적인 곳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떠올랐을 것이다. 기계처럼, 무슨 공식처럼 자동적으로.

카나키는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를 가리킨다. 프랑스어로 ‘누벨칼레도니(Nouvelle Calédonie)’인 이곳은 오세아니아에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가 아프리카가 아니듯이 뉴칼레도니아도 아프리카가 아니다.

더군다나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말도 사실 굉장히 어색한 어법이다. 아프리카는 커다란 대륙을 가리키는 명칭이지, 단일한 특정 국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가나, 나이지리아,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에티오피아 등 각기 다른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가진 많은 국가가 이 대륙에 위치해 있다.

우리에겐 이 보랏빛 작품 속 주인공의 출신지를 멋대로 바꿀 권리가 없다.

그녀는 카나키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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