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세탁 바람이 불고 있다.
이상득 의원실 직원들이 박 아무개 보좌관이 받은 돈 수억원을 세탁했다더니 한나라당은 당의 이미지를 세탁하려 하고 있다. 세탁소를 아예 따로 차리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한다.

이상득 의원실의 돈세탁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이 때문에 이상득 의원이 19대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검찰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좀더 큰 세탁은 한나라당 전체에서 일어날 낌새다. 지난주 홍준표 대표가 사퇴한 데 이어 한나라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일단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면에서 나선다는 데는 한나라당의 의견이 일치되는 듯하다.

그렇지만 세탁방법론에 있어서는 기존의 간판을 그대로 두고 하느냐 아예 간판도 바꾸느냐 하는 차이가 남아 있다. 기존의 간판을 그대로 두고 세탁하는 방안은 주로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재창당에 가까운 쇄신’을 하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기존의 계파모임도 해체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자신들의 ‘진정성’을 과시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에 비해 박 전 대표와 거리가 다소 있거나 지금까지 몇 차례 쇄신을 주장했던 소장파 의원들은 아예 당을 재창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를 위해 전당대회도 열자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뛰쳐나갈 수도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재창당 주장에 동의한 의원들이 다수였다는데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두 방안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한나라당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한나라당은 12일에 이어 13일에도 의원총회를 열고 당 쇄신 방향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두 입장의 차이는 말하자면 세탁을 하되 기존 세탁소에서 하느냐 아니면 세탁소를 새로 차려서 하느냐의 차이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기존 세탁소를 그대로 두고 내부 장식과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나 아예 세탁소 이름을 바꾸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 한나라당의 본질과 이미 쌓은 업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세탁소를 차리든 기존의 ‘이명박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아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어 왔던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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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용면에서 정말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은 없다. 이를테면 인사쇄신도 없고 여전히 이 대통령 마음대로 인사를 하고 있다. 종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열도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양쪽은 똑같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이다. 한미 FTA 발효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 그대로이다.

사실 국민들은 이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에서 한나라당의 전향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하고 있다. 쇄신 후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개선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그럴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면서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지켜보고자 한다.

세탁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한나라당이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이 이처럼 어려운 국면으로부터 빠져나오려면 이명박정권이 해온 여러 가지 과오들을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 단순히 세탁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님을 잊지 말기 바란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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