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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어디로 가나[김철웅의 촌철살인]
김철웅 | 승인 2019.06.24 09:01

[논객칼럼=김철웅] 얼마 전 중국에 여행하고 온 지인한테 들은 말이다. 애국심을 고취하는 분위기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영 중국중앙(CC)TV는 아침 7시 뉴스가 시작되면 곧바로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방영한다. ‘일어나라/ 노예 되기 싫은 사람들아/ 우리의 피와 살로/ 우리의 새 장성을 쌓자…’

방송 뉴스를 이런 전투적 국가로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바로 지난달부터였다. 도화선이 된 것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해 미국이 강한 압박을 해오자 정부가 착안한 게 국민들의 애국심이었다.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이 올해 말까지 매일 오전 국가를 틀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신중국 창립 70주년(10월 1일)을 경축한다는 명목이기도 했다.

항일 전쟁 영화 ‘갱도전(Tunnel War)’ 주제가에 미·중 무역 전쟁 내용을 넣어 개사한 노래도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애플 아이폰과 KFC, 맥도날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글이 넘쳐난다. 국가주의는 국가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절대적으로 우선시하는 생각이다. 중국이 온통 국가주의의 열풍에 휩싸인 것 같다.

Ⓒ픽사베이

장면을 홍콩으로 돌려본다. 지금 홍콩은 중국의 국가주의·애국주의와는 사뭇 다른 시민들의 열기가 표출되고 있다. 수많은 홍콩 시민들은 올봄부터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참여 인원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인권전선 추산으로 지난 9일 103만 명이었고, 16일엔 200만 명에 육박했다. 홍콩 인구가 744만 명이니 27%에 해당한다.

그 열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범죄인 인도 조례’가 문제가 된 이유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발단은 지난해 초 한 홍콩 대학생이 대만에서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사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만과 홍콩은 범죄인 인도 협약을 맺지 않았고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그를 처벌할 수 없었다. 이것이 친중 의원과 홍콩 정부가 조례를 추진한 배경이었다. 시민들은 이 조례가 너무 포괄적이라 반중 인사들과 중국에 협조적이지 않은 인사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일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홍콩 정부는 결국 송환 조례 검토를 무기 연기했지만 주최 측은 송환법 완전 철회,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사과,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체포자 전원 석방 등 5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장정아 인천대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것은 홍콩인들이 자랑스러워했던 법치의 보장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홍콩이 중국에 종속될 뿐 아니라 아예 홍콩이란 공간이 형체조차 없어질 것이란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을 이끈 조슈아 웡(23)은 홍콩이 중국 본토와 달리 민주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홍콩에 적용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근본적인 사기”라고 했다. 중국은 ‘일국양제’를 약속한 50년 동안 ‘홍콩의 중국화’를 향해 가고 있지만 홍콩은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웡은 자신의 최종 목표를 “홍콩이 하나의 완전한 민주·자유 지역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웡은 17살 나이로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우산혁명을 주도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이 간접선거로 뽑힌 중국 중앙정부의 꼭두각시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지금도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국무원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이런 점에서 홍콩의 송환 조례 반대 시위는 2014년 좌절한 우산혁명의 속편 격이다. 크게 보아 민주화를 위한 투쟁인 것이다. 5년 전 시위는 79일 만에 강제 해산으로 끝났다.

홍콩 시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우리의 촛불집회와 비슷해 보인다는 점도 있다. 앞서 웡도 “한국에서 일어난 촛불집회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대에 의해 한국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절반은 한국어로, 절반은 광둥어로 불린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중요한 건 촛불집회와 닮았다 안 닮았다가 아니라 그들이 바라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경을 넘어 연대하는 마음을 보내는 것이다. 

   김철웅

    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국제부장, 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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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kcu5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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