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인과학 등 11개 업체에 시정명령 및 15억 2100만원 과징금 부과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기자]  공정거래위가 최근 공공기관이 발주한 질량분석기 등의 구매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해온 업체들을 대거 적발했습니다. 시정명령과 함께 이들 업체에 15억 2,1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습니다.

과징금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3개 품목의 구매입찰 담합에 여러 업체가 연루된데다 입찰건수만 97건이나 됩니다. 담합기간도 2010년 5월 25일부터 2016년 8월 30일까지 무려 6년 넘게 지속됐습니다. 해당업체는 동일시마즈, 브루커코리아, 신코, 써모피셔사이언티픽코리아, 에이비사이엑스코리아(유), 영인과학, (유)워터스코리아, 유로사이언스, 이공교역, 퍼킨엘머(유),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등 11개사.

이들 업체는 입찰을 앞두고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결정했다고 공정위는 밝혔습니다. 주목되는 건 담합으로 적발된 질량분석기와 액체크로마토크래피, 모세관 전기영동장치 등의 제품이 비교적 특별한 규격(사양)이 요구되는 이화학기기라는 점입니다.

“1개 사업자는 입찰공고 전에 수요기관인 의료기관과 연구소 및 대학교 등을 대상으로 자신이 취급하는 분석기기가 입찰규격서에 반영되도록 사전영업을 했다. 사전영업을 통해 특정업체 제품의 사양이 입찰규격서에 포함되면 해당 특정업체는 낙찰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들러리 업체를 섭외했고 들러리 업체는 향후 자신도 상대방에게 협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러리 요청을 수락했다. 낙찰예정자들은 들러리 업체에게 입찰서류를 대신 작성해주거나 이메일, 전화를 통해 투찰가격 등을 제공했고 이들은 합의된 내용대로 투찰함으로써 합의를 실행했다”(공정위)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업체는 입찰규격서에 자신이 취급하는 제품의 규격이 반영되도록 ‘사전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아무나 투찰하지 못하게 제품의 사양을 수요기관쪽과 미리 협의한 것입니다.

이렇게 특정사양을 입찰품목의 규격서에 미리 정해놓는, 이른바 ‘작업’은 조달시장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돼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담합행위에 가담한 업체만 제재해서는 실효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공정위 발표대로 업체들이 규격서 반영을 위해 사전영업을 했다면 영업대상인 수요(공공)기관에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입니다. 수요기관측이 경쟁입찰에 앞두고 특정업체의 제품규격 요구(사전영업)를 받아줬다면 사실상 경쟁을 제한하거나 담합을 방조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입찰규격서가 범용제품의 사양이거나 덜 까다로운 규격으로 돼있으면 다수 업체가 참여하게 돼 담합이 실행되기 어렵습니다. 경쟁입찰로 자연스럽게 낙찰가도 적정가에서 형성됩니다.

담합에 의한 고가낙찰은 공공기관의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주범입니다. 공공기관 스스로 ‘업체의 사전영업’이 이뤄질 수 없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하며, 공정거래당국 역시 결과적으로 담합을 유발하는 공공기관 행태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재발소지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이화학기기 업체 담합에 대한 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에도 뒤끝이 개운치 않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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