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신재훈] 독자들이 어쩌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일 듯하여 가장 먼저 얘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조삼모사니까, 언젠가는 이야기 할 텐데 좀 먼저 이야기 한다고 큰일이야 나겠는가?
내가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이사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카테고리를 나눠보았다.

Ⓒ픽사베이

첫째, 경제적 이유

나에게 서울은 생활인으로서 즉, 돈을 벌기 위해 살았던 도시이다. 회사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출퇴근 시간 절약된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비용 지불하고 그냥 살았을 뿐이다.
은퇴 후 수입도 없는데 굳이 집값, 생활비 비싼 서울에서 살 이유가 없다.

특히나 대부분 은퇴한 월급쟁이들의 자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생활비 절약 차원만이 아니라 별도의 고정 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위 집의 규모를 줄여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는 다운사이징과 유사한 개념)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기에 타 지역에 비해 아파트 값도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많이 오를 가능성이 타 도시와 비교했을 때 더 높다. 따라서 서울 아파트를 팔고 지방 아파트를 살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팔지 않고도 캐시 플로우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뻔한 얘기를 해보자.
매매가를 기준으로 서울 강남권 30평대(국민주택규모)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100으로 본다면 마용성 70~80 강북 40~50 부산/제주 30~40 여수/목포 20 정도이다.

전세의 경우도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물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요즘은 많이 내려 평균 60% 정도다)이 지방마다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서울의 12억원 아파트를 보증금 4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지방 도시 중 가장 집값이 비싼 부산에서 4억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얻을 수 있고 덤으로 월 생활비로 100만원을 확보할 수 있다. 

지방 생활을 하는 동안 IMF같은 특별한 환란만 없다면 서울뿐 아니라 주요 수도권 및 대도시들의 아파트 값은 물가 상승률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오를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망하는 정도의 사태가 아니고선 장기적으로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서울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장기적 가치 상승의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지방 도시 전세로 이사하여 주거 해결과 월세 수입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 이것이 바로 경제적 이유의 핵심이다.

사실 부산에서 4억원이면 가장 집값이 비싼 해운대 지역에서 30평대 새로 입주한 래미0, 자0 등 최고급 브랜드 아파트를 전세로 얻고도 남는다.

나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입주 3년된 거의 새집 같은 40평대힐스테이0 주상복합 36층을 전세로 얻었다. 세대수가 많은 대단지라서 관리비가 생각보다 적게 나온다.

서울에 살던 입주 12년된 30평대 아파트와는 여러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처음 부산에 전세를 얻기 위해 부동산을 찾았을 때 나의 요구 조건은 이랬다.
“ 해운대에서 막힌 곳 없이 바다가 잘 보이고, 지은 지 5년 이내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서울에 있는 아파트 월세 보증금으로 부산에서 꿈에 그리던 바다가 보이는 새 아파트를 얻었고 덤으로 매달 월세를 받아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부산보다 집값이 훨씬 싼 여수에서 산다고 가정해 보라. 부산의 반값(2억원)으로 30평대 전세를 얻고 월세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내가 부산으로 온 첫 번째 이유인 경제적 혜택이다.

단지 사는 곳만 바꿨을 뿐인데…..

둘째, 꿈의 실현

월급쟁이들은 누구나 은퇴하면 하고 싶은 꿈이 한 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정원 넓은 전원주택에서 폼 나는 사냥개 한 마리 키우며 사는 것.
또 하나는 동남아에서 연금으로 황제처럼 사는 것.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의 두 가지 꿈이 다 있었지만 천성이 게을러 손이 많이 가고 부지런한 사람들만 살 수 있다는 전원주택은 이미 오래 전에 포기 했다. 그냥 살기 편한 아파트에 살 거다.

물론 누군가 대신 청소하고 관리하고 귀찮은 일 다 해준다면 지금이라도 고려해 볼 용의도 있지만…

40대에는 은퇴 후 동남아 멋진 비치에서의 황제 같은 은퇴생활을 꿈꿨다. 수영장 딸린 대저택에서 가정부, 기사에 매일 맛있는 음식 먹고 골프치고 요트 타고 마사지 받고... 그러나 곧 꿈을 접었다. 그 이유는

- 1년 내내 덥다는 점(나는 더운 게 싫다)
- 내가 원하는 삶의 질을 유지하는 비용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그 사이 동남아 물가가 많이 오른 점도 있지만 외국인 물가는 원래부터 현지인 물가 보다 훨씬 비싸다. 현지인과 똑같은 더럽고 치안이 불안한 동네에서 그들과 같은 것을 먹고 마시고 산다면 200만원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현지인 수준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설사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살자고 그 짓을 하겠는가?)
- 치안, 천재지변 등 위험요소가 많다는 점
- 나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카지노, 매춘, 약물 등 남자들이 신세망칠 온갖 요소들을 고루 잘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동남아는 포기하고 대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특히 서울보다 따뜻한 남쪽 해안도시 이곳 저곳에 살아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동남아 가는 이유도 결국 Value for money 소위 가성비 때문 아닌가? 그런 이유라면 리스크가 큰 동남아 보다는 안전하고 편안한 지방도시가 훨씬 낫지 않겠는가? 적응하기도 상대적으로 쉽고 혹시 적응에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비용 정도의 손실, 그나마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했다고 생각하면 숙박비 정도도 안 되는 비용)

실제로 10여년 전쯤 동남아 은퇴생활이 열풍이었던 적이 있었다.
“은퇴 후 연금 200만원으로 황제처럼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대단히 매력적인 문구로 많은 사람들을 유혹했었다.

특히 공무원, 교사, 군인 등 안정된 연금 소득으로 은퇴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같은 돈으로 한국에서 보다 더 풍요롭게, 수영장 딸린 대저택에서 가정부 기사 두고 매일 한국에서는 꿈도 못 꿨던 골프, 요트, 마사지 등 호사를 누리며 사는 삶을 꿈꿨던 사람들이 주요 타겟이었던 것 같다.  

결과가 어땠을까?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대로 다양한, 수많은 피해자들만 생겨났다.

특히 해외 부동산 투자 사기, 교민에 의한 사기 등 각종 경제적 피해자들과, 꿈꾸던 생활과 다른 현실적 문제를 만나 환상이 깨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과, 사람 기후 문화 등 현지 생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현지 생활 부적응자들…

여러 가지 문제와 실패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있는 시각으로 현실과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막연한 기대와 희망으로 스스로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원하는 것만을 상상했다는 얘기다.

또한 충분한 준비 특히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공동체의 일원으로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기 위한 언어 등 인식, 태도, 행동의 준비를 못한 이유이다.

똑같은 생김새에 같은 말을 쓰고 정서가 비슷한 대한민국의 그 어느 곳이라면 동남아에서 겪게 될 수많은 시행착오와 부적응을 상당부분 해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서울을 떠나 부산에서 사는 동안 겪은 어려움들은 기껏해야
“부산 사람들은 이렇구나” “여기선 이렇게 하는구나” 정도의 지역간 성향의 차이 정도였다.
그것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세상 어디에도 200만원으로 황제처럼 살 수 있는 곳은 없다. 지금이라도 미몽에서 깨어나라.

상식에서 벗어난 허황된 기대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그리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젊다면 한 두번의 실패는 약이 될 수도 있고 열심히 살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만, 은퇴 후에는 한번의 치명적 실수, 손실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암울한 은퇴생활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선택은 가급적 피해야만 한다. 

지금 사는 곳보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곳에 사는 것은 매우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다. 그러나 끝까지 좋기 위해서는 결정에 따르는 실행 단계에서의 디테일이 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준비와 연구가 필요하다

선 경험자인 나의 사례를 보는 것도 그러한 준비의 하나이고, 결정하고 실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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